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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Aug 16. 2018

페인티드 베일

모서리에 선 사랑

  한 길도 모르는 것이 사람 속이라고 했었던가. 그렇다면 그 사람이 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얼마나 복잡한 것일까. 사랑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모든 예술의 불멸의 스테디셀러가 될 장르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고도 다난하다. 영화 <페인티드 베일> 속 사랑도 도저히 싹 트지 못할 척박한 곳, 콜레라가 창궐하는 1920년대 중국의 오지에서 피어난다. 그것도 ‘키티’(나오미 왓츠)와 ‘월터’(에드워드 노튼)가 자신들을 몰아넣은 배신과 질투라는 땅을 딛고.     



- 모서리에 선 사랑     


  영국 런던의 파티를 좋아하는 도도한 도시 아가씨인 키티에게 사랑이란 행복감으로 가득 찬 ‘받기만 하면 되는’ 쉬운 감정이었다. 그렇기에 자꾸 자신을 조여 오는 엄마의 그늘 대신에 자신을 사랑한다는 월터의 그늘로 쉽게 피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월터는 키티와는 다르게 냉철하고 진중한 사람이었으며, 그의 사랑은 일방적인 동시에 매우 진지한 감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상하이로 발령받은 세균학자라는 것을 알고서도 자신과 결혼해준 키티를 신뢰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것은 자신 안에 갇힌 사랑이라는 것이 두 사람이 서로를 몰고 간 모서리에서 드러난다. 

  영화의 초반, 월터의 사랑은 키티의 것보다 더 애절하게 느껴진다. 진중한 남자가 첫 눈에 반한 운명적인 사랑. 하지만 그도 키티만큼이나 서로에게 무심한 사람이었다. 도시를 누비던 발랄한 소녀인 키티에게 상하이는 너무나 답답한 곳이었고, 월터는 자신의 일에 바빠 또는 과묵한 그의 성격 때문에 그녀를 꺾어온 꽃 마냥 대했다. 키티에게서 시작된 대화들은 모두 월터의 침묵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창(窓)이 되지 못하고 거울이 되었다. 서로가 자신의 얼굴만 보고 있는 일상이 계속되던 중, 키티에게 ‘찰리’(리브 슈라이버)가 등장한다. 

  키티는 노련한 이야기꾼이었던 찰리와 금방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또 쉽게 월터에게 들켜버린다. 그리고 월터는 배신감에 자신을 포함한 키티와의 관계를 모서리로 쓸어 넣어 봉인하려 한다. 그렇게 둘은 콜레라가 창궐하는 외진 중국의 오지에 섰다. 몸도 마음도 오도 가도 못하는 채로.

  전보다 더 짙은 침묵에 더해 자신을 가둔 월터에 대한 키티의 반발심까지 떠안은 두 사람. 둘의 관계 앞에 남은 것은 육체적인 죽음 혹은 감정적인 죽음, 오직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이 만연한 그곳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외적 혼란 이면의 것들이었다. 

  젊은 중국여자와 살고 있는 ‘에딩턴’은 첫 인상의 스캔들적인 둘 사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에딩턴이 그녀의 가족을 도왔고, 그녀가 에딩턴을 사랑하며 선택한 관계라는 이면을 가지고 있다. 또 키티가 일을 돕는 수녀원은 절대 선을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교의 전파라는 신념으로 갓난쟁이들을 일방적으로 보육원으로 데려오는 일을 하기도 한다는 이면이 있기도 하다. 겉보기에 차갑고 이념으로 가득 차 두 사람을 감시 겸 보호하는 중국의 ‘유 대령’은 또 어떤가. 냉혹해 보이는 대령에게도 자국민을 깊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렇게 월터와 키티가 죽음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도, 수많은 이면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 선 월터와 키티는 두 사람의 고집스러운 줄다리기를 놓고 서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서로가 친 배신과 복수, 무관심과 저항의 베일을 걷어내고 만난 두 사람은 각자가 품고 있던 사랑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끝내 죽음마저 초월해 죽음의 곳에서 생명의 싹을 틔운다. 

  키티는 월터가 없는 자리에서도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사랑의 고행을 걸을 끝에 배신에 스러지고 복수에 싹이 텄던 가벼운 사랑들을 지나, 한 사람을 향해 영원히 샘솟는 사랑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티는 그 사랑의 길을 따라 걷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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