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통하는 자폐인과는 어떻게 살아?

11-2. 그럼 비장애인은 다 통해서 같이 살고 있어?

by 지지

초등학교 때 나의 짝꿍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키가 큰 남자애였다. 덩치도 큰데 늘상 무뚝뚝한 표정인 그 아이는 수업시간에 뭘 해도 선생님의 지도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반 아이들도 그 애를 피하거나 아는 체하지 않았다. 그 애는 교실에 있었지만 유령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아이도 나와 같은 교실의 일부이자 수업을 받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애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말을 건다고 해도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다. 지금은 국어 시간이야. 국어 교과서를 올려놔야지. 그러면 그 애는 입술을 삐죽이다가도 교과서를 올려놓았다. 우리 때는 알림장을 썼다. 나는 알림장을 펼치지도 연필을 쥐지도 않는 애를 닦달해서 알림장을 쓰게 만들었다. 그러다 그 애가 폭발했다. 갑자기 으아아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엎고, 나를 의자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이다.


그대로 바닥에 굴러떨어진 나는 이어지는 발길질에 정신을 못 차렸다. 나중에 선생님이 와서 상황을 마무리하고 나는 보건실에 갔다. 보건실에서도 나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생리적인 두려움이었다. 그날 후로 나는 그 애에게 간섭하지 않게 되었다. 걔가 싫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그 행동이 액팅아웃이었음을 알지만, 모르던 그때에도 그 애가 감정적으로 내가 미워서 그런 건 아니란 걸 알았다. 단지 나는 내가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학생과 경계성 지능군에 속하는 학생, 특수교육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 등 다양한 분들과 만나 통합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통합교육은 거창해보이지만 별거 아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 그것이 통합교육이다.


흔히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장애인은 제발 특수학교에 들어가라며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착하고 순한 여자애를 담당 도우미로 지정하고 학급 내 장애인의 처우를 오롯하게 학생에게 전가한다든가 하는 사례를 들어서. 하지만 경계선 지능군 혹은 아스퍼거 증후군에 속한 경우에는 전담 학생이라 할 것이 필요하지 않으며 설령 도움이 필요하다 해도 인간이라면 서로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는 범위 내다. (왜 유독 장애인한테는 더 손 내밀기가 싫을까?) 또, 경계선 지능의 경우 특수학교에서의 교육이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자신의 진도와 맞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문제의 본질은 ‘통합교육’이 아니라, 그걸 뒷받침하지 못하는 열악한 교육 현장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손쉬운 해결책을 택한다. 장애인을 밀어넣고, 책임을 회피한다. 사람들은 너무나 이상적이고 사회복지에 그렇게까지 비용을 쓸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더 쓸모없는 곳들에는 돈을 펑펑 쓰는데, 왜 필수불가결한 복지는 항상 아낄 수 있는 비용으로 보는가?


자폐는 병이 아니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일부이며, 인간 인지 발달의 자연스러운 스펙트럼 중 하나이다. 정상성이라는 기준은 사회가 만든 틀로, 자폐는 그 기준에 미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확장하는 존재이며 창의성, 집중력, 세밀함 등 자폐인의 특성은 많은 분야에서 장점이나 기여로 작용해왔다.


자폐인을 "없애야 할 문제"로 보는 관점은 무지와 불안에서 비롯된 차별이다. 과학을 공부하는,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우생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눈을 떠야 한다. 히틀러가 시도했던 그 끔찍한 실험들을 생각해보라. 결국 '누구도 우수함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을 뿐이다. 심지어는 그 우생학을 지지하는 사람조차 그 기준의 '선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함께 살아갈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없애고, 안 보이는 곳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자폐성 장애인은 말이 안 통하고, 때로는 폭력적인데요?


그런데 비장애인은 안 그런가? 비장애인은 늘 말이 통하고 늘 폭력적이지 않은가? 비장애인은 덜하다고 확신하는가? 우리는 비장애인끼리도 날마다 말이 안 통해서 싸우고 상처받고 이해 못하고 살고 있는데, 왜 자폐성 장애인에게만 유독 말이 통해야 같이 산다는 전제를 들이밀까? 결국 "너는 나와 다르니 배제해도 된다"는 말의 포장이 아닌가?


자폐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아닌 이해와 조율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자폐인들이 불안정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사회가 감각과 소통, 구조에서 자폐인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하는 데 사회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품이 너무 들어서 배제하고 간다는 소리는 집어치워라.) 예측 불가능한 환경, 낯선 자극, 의사소통의 단절이 그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방치하는 사회'가 위험을 키운다.


자폐인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안 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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