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가 과일 소비 감소 문제도 해결한다고?

포토카드 하나가 만들어낸 과일 소비의 작은 움직임 (ft. 바나나)

by 아백

1. 일본의 젊은 세대는 경제적인 이유로 여러가지를 포기하고 산다. 이런 사회 풍조를 가리켜, 〇〇이탈(〇〇離れ)이라고 표현한다. 이전 수퍼드라이와 블랙핑크 협업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던 ‘술 이탈’ 외에도 ‘자동차 이탈’, ‘활자 이탈’ 등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소비가 저조한 분야에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 일각에서는 밈처럼 사용되기도 한다.어찌되었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젊은 세대 탓으로 돌리는 듯한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2. 오늘 (7/22) 오전, 일본 X (구 트위터) 에 "젊은 세대의 과일 소비 이탈 (若者の果物離れ)"이 실시간 트렌드로 올랐다. 물가도 오르고 과일도 쉽게 먹기 어려운 세상에 또 젊은 세대만 탓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 글이 다수 올라왔다.


3. 사실 오늘 실트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한 제품의 실적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바로, 과일 통조림 등으로 유명한 Dole의 바나나다. CJ의 왜동아들이라 불리우는 일본 남성 아이돌 그룹 "JO1"의 멤버 "사토 케이고"의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를 통해 일간 판매량이 30배나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01.jpg?__scale=w:980,h:522,t:5,q:50&_sh=0be0aa0f0e 일본 불량배에서 이미지를 따온 비주얼 임팩트가 제법 강하다.

4. Dole은 바나나 섭취를 일상화하기 위해, 2022년부터 "바나나 활동", 줄여서 "바나활"이라는 이름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건강 관심층이나 시니어 층 등 남녀노소를 아우르며, 다양한 콜라보도 진행해왔다.
이번 사토 케이고 캠페인은 타깃을 젊은 층으로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4월부터 진행되었다. 그 배경에는 20대~40대의 과일 소비 이탈이 있었다고.


5. 젊은 층을 겨냥한 캠페인인 만큼, SNS상의 화제성, 임팩트를 의식했다고 한다.
tmi이긴 한데 사토 케이고는 바나나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며, BANANA라는 제목의 솔로곡도 있다. 이 콜라보에서도 사용되었다고.
캠페인 내용은 교통 광고, 점포 광고, 래핑 자판기 등 기본적인 오프라인 매체 외에도, K-POP 계열 아이돌에게 빠지면 서운한 필살기인 포토카드 동봉 제품 판매도 포함되었다.
(JO1이 K-POP인지 J-POP인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으나, 태생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K-POP계열의 그룹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니 이 정도로만)


6. 포토카드가 포함된 바나나는 일반 바나나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대의 제품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팬들로 완판 행렬이었다고 한다.
돈 없고, 물가에 민감하고, 과일조차 사치 취급되는 Z세대지만, 아이돌 오타쿠의 감정적 동기가 소비로 직결된 것이다.
구매 동기요? 우리 애가 붙어있는데 어떻게 안사요?


7. 바나나 오픈런, 바나나 대기줄, 바나나 전용 계산대, 바나나 하루 매출 30배 증가..
오프라인에서도 눈에 보이는 실적은, 슈퍼의 매출 뿐 아니라 팬들의 자부심과 실물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해 생긴 참여감과 결속감도 동시에 올려주었다.
물론, SNS에는 때 아닌 바나나 인증샷이 넘쳐났다.

図1.png SNS상의 인증샷은 X에서 해쉬태그 #バナナ番長로 검색하면 다수 볼 수 있다.

8. 팬덤 마케팅이 만능은 아니지만, 이번 Dole의 캠페인은 꽤 현실적인 소비 전환을 이루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일 소비를 늘인다는 공공적 목표도 어쩌면 조금은 달성되었을지도 모르고.

오타쿠는 가끔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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