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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필 Sep 18. 2024

글쓰기와 어색한 첫 데이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쓰기는 어렵다. 마치 첫 데이트를 앞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것처럼. 글을 쓰고 싶다가도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그 흰 종이 위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몰라 막막해진다. 쓰기 시작하더라도 한 문장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한다. 데이트에서 뭔가 멋진 말을 꺼냈다가 다시 주워 담고, 괜히 한숨만 쉬는 상황처럼 말이다. 만약 키보드에 'delete' 키가 없었더라면, 벌써 원고지 몇 장은 그냥 날아갔다. 답답하다. 글쓰기와의 데이트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이런 나라는 사람도 염치없게 책을 내고 싶다. 가끔 이런 꿈을 꾼다. 정성 들여 쓴 글이 사람들 손 위에서 펄펄 거리며 놀아나는 꿈. 대중의 손과 입을 통해 수백만 번 공유되는 꿈. 대형 서점에 책을 쌓아놓고 사인하는 꿈 말이다. 양심 없는 거 잘 안다. 글쓰기는 어렵다며 투덜대는 사람에겐 과분한 꿈이란 걸.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에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책을 내고 싶은 것도 사실인 걸. 글쓰기와 썸 타는 중이니까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래서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다. SNS에서 책을 출간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이나 그런 사람들을 봤다. 마치 그곳이 글쓰기와의 썸을 연애로 발전시키는 데 최고의 장소인 양 느껴졌다. 그래, 고민만 하면 뭐 하나? 고민은 성공만 늦출 뿐이다. 당장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면 돌파다.


나는 글쓰기 근육을 믿는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점점 더 자연스럽고 정교한 글이 탄생할 거라 믿는다. 썸 타는 사람과 자주 만나다 보면 더 자연스러워지고, 말도 잘 통하게 되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출간 제의도 받을 것이고, 결국 '글쓰기가 제일 쉬웠어요' 하며 인터뷰하는 날도 오겠지.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추가해 본다.


그나저나 글쓰기와의 데이트, 언제쯤 편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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