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하루 세 잔. 카페인이 자유롭게 몸속으로 들어가는 횟수. 그중에서도 나는 아침에 잠시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주문과 동시에 퍼지는 원두향과 커피를 내리는 소리로 만들어지는 분주함이 좋다. 그렇게 시작되는 하루는 늘 마음에 든다.
마주 보는 사이에 위치한 작은 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두 개의 잔. 서로가 좋아하는 음료를 두고 한 모금, 한 마디씩 나누는 시간이 좋다. 커피로 인해 만들어지는 순간의 합을 나는 포기할 수 없고, 잔이 비워질수록 깊어지는 관계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 가을 정확히 22개월 만에 창업을 함께 한 디자이너이자, 나에겐 너무 고마운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많이 변했네, 시간 참 빠르다'라는 그런 말들이 아니라, 서로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하게 될 일들을 말하며 오랜만에 눈을 반짝일 수 있었다. 서촌의 어느 카페에서 우리 앞에 놓인 잔의 숫자가 둘이었기에 감사하고 소중했던 시간. 그때 우리 사이에도 작은 테이블과 커피가 있었다.
여행을 떠나면 저마다 하나쯤 공통적으로 머물게 되는 공간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겐 카페가 그 주인공이다. 그 곳에서만 갈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아 잠시 숨을 돌리며 더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지. 앞으로 만나게 될 것들은 무엇인지 등 여행의 과정 과정을 둘러보는 그 시간이 좋다.
지난 여름, 하동의 어느 게스트하우스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즐긴 커피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한적한 테라스에서의 계곡 물소리와 함께 조금씩 줄어드는 커피만큼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던 이유는 여행지에 가져온 생각들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하며 새로운 생각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늘 가치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 그 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에 조금은 많은 양이라 하더라도 손에 쥔 커피 한 잔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다음의 커피에는 또 무엇이 담겨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