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제부터 였을까 '커피'

커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by 밤열두시

가장 기분 좋은 분주함


2014년 가을, 가회동의 어느 카페



하루 세 잔. 카페인이 자유롭게 몸속으로 들어가는 횟수. 그중에서도 나는 아침에 잠시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주문과 동시에 퍼지는 원두향과 커피를 내리는 소리로 만들어지는 분주이 좋다. 그렇게 시작되는 하루는 늘 마음에 든다.




가장 애틋한 순간의 합


2015년 봄, 전주의 어느 카페



마주 보는 사이에 위치한 작은 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두 개의 잔. 서로가 좋아하는 음료를 두고 한 모금, 한 마디씩 나누는 시간이 좋다. 커피로 인해 만들어지는 순간의 합을 나는 포기할 수 없고, 잔이 비워질수록 깊어지는 관계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2014년 가을, 서촌의 어느 카페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 가을 정확히 22개월 만에 창업을 함께 한 디자이너이자, 나에겐 너무 고마운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많이 변했네, 시간 참 빠르다'라는 그런 말들이 아니라, 서로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하게 될 일들을 말하며 오랜만에 눈을 반짝일 수 있었다. 서촌의 어느 카페에서 우리 앞에 놓인 잔의 숫자가 둘이었기에 감사하고 소중했던 시간. 그때 우리 사이에도 작은 테이블과 커피가 있었다.




가장 많은 생각을 갈아 입는 곳


2015년 초, 대구의 어느 카페



여행을 떠나면 저마다 하나쯤 공통적으로 머물게 되는 공간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겐 카페가 그 주인공이다. 그 곳에서만 갈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아 잠시 숨을 돌리며 더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지. 앞으로 만나게 될 것들은 무엇인지 등 여행의 과정 과정을 둘러보는 그 시간이 좋다.


지난 여름, 하동의 어느 게스트하우스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즐긴 커피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한적한 테라스에서의 계곡 물소리와 함께 조금씩 줄어드는 커피만큼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던 이유는 여행지에 가져온 생각들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하며 새로운 생각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늘 가치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 그 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에 조금은 많은 양이라 하더라도 손에 쥔 커피 한 잔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다음의 커피에는 또 무엇이 담겨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