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기획자의 쇼핑 맛집!
2019년 2월부터 ‘기획자의 모바일 앱 뜯어보기' 시리즈를 ‘지금 써보러 갑니다' 블로그에 발행하고 있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작성된 글은 총 46개, 분석한 서비스는 200개를 넘어섰고, 6개가 넘는 미디어에서 제휴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3월부터 ‘00:00’이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있는데, 격주로 서비스를 구성하는 기능 단위의 요소들을 총 3명의 에디터가 분석해 발행하고 있다. 1년 동안 총 26회 발행, 100여 개 이상의 서비스 분석, 3,500명의 구독자와 함께 하고 있다.
출발은 주니어 기획자로 다양한 서비스를 써보며 공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창업 후 위자드웍스, 오드엠을 거치며 나는 어느덧 몇 개의 서비스를 론칭하고 성장시키는 경험을 깊게 할 수 있었고 그동안 일했던 내용들을 되돌아보며 정리하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 더 나은 기획자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당시엔 지금처럼 서비스 분석을 다채롭게 제공하는 미디어, 커뮤니티, 스터디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만, 작성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꾸준히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써보러 갑니다'라는 1인 미디어를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다른 목차를 빌려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지만, 당시 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해 하루 한 개 정도의 해외 서비스를 카드 뉴스로 소개하고 있었다. 출처는 앱스토어, 해외 테크 관련 뉴스, 뉴스레터 등이었고 보통 출근길에 본 서비스를 쉬는 시간 등에 틈틈이 써본 뒤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아직 단순 소개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몇 가지 질문을 정하고, 이에 답하는 방식을 활용해 개인 노트에 하나씩 정리해보기로 했다. 질문을 활용할 경우, 서비스를 멋대로 활용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내게 맞는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고, 내가 담당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획 업무 시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언제든 꺼내 하나의 소스로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전체 서비스에 대한 내용인지, 아니면 특정 기능에 대한 개선에 대한 내용인지 구분해 작성했다.
굵직한 업데이트도 좋지만, 보통의 서비스는 기능 단위 또는 작은 범위 내 개선 작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일정 주기에 따라 진행되는 앱, 웹 서비스 업데이트 소식을 확인하고 어떤 화면과 기능이 어떻게 보완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의도를 파악하고자 접근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공부가 되기도 하고 동일한 기능을 우리 서비스에 적용하면 어떨지,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내 업데이트가 필요한 서비스 리스트를 틈틈이 들여다봤다. 중요한 건, 담당자가 작성하는 ‘릴리즈 노트'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버그 수정 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업데이트 대상에 대해 자세히 언급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버전 앱을 실행하여 기능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활용하고 스크린샷으로 저장한다. 이후 앱을 업데이트, 변경된 기능을 활용해본 뒤 이전 버전에서 저장해놓은 화면과 함께 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작성하는 것이다.
처음엔 서비스명과 내가 기준으로 삼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필요에 의해 내용을 다시 살펴보거나 모아볼 때 더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명과 버전명 그리고 기능명을 함께 기입했다. 덕분에 ‘회원가입' 기능을 개선해야 하는 경우, 유사 서비스 - 회원가입 사례를 확인하거나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 - 회원가입 사례를 확인하는 등 조건에 따라 빠르게 내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작성한 내용은 2021년 1월, 노션 공개 페이지로 제작해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꾸려가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빠져 있지만 동일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내가 겪은 과정에 대한 기록도 잊지 않고 있다. 명확한 의도와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는지, 해당 기능을 개선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없는지, 배포 후 지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함께 작성하는 것이다. 쌓인 질문과 답, 그리고 내 경험이 녹아든 자료는 여전히 특정 기능을 기획하기 전 먼저 살펴보는 중요한 기획 노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분석에 활용할 몇 가지 기준(질문 등) 설정하기
서비스 변경 전,후에 대한 내용 확인 후 질문에 대한 답 작성하기
내가 경험했던 과거 내용을 함께 덧붙이기
서비스, 버전, 기능명 등 기본 정보 작성하기 - 태그 역할
태그에 따라 언제든 확인 할 수 있는 통합 문서 제작하기
동일 기능 기획 시 작성한 내용 한 번씩 훑어보기
새로 접하는 서비스에 대한 질문과 답은 ‘05.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서 언급한 스펙 노트 작성을 위한 연습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야 나의 불편함을 긁어주는 서비스라면 마다 할 이유가 없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 반대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창업 후 두 번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운 좋게 모두 신규 비즈니스를 제한된 환경에서 진행하는 경험을 통해 ‘핵심'의 기준을 어떻게 잡고 론칭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아예 새로 하게 된 경우, 질문을 조금 달리해 서비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핵심 기능, 실제 첫 사용 시 느낀 사용성 등을 차례로 정리했고 이후 기능 개선에 대해서는 1. 서비스 기능 단위 개선에서 언급한 질문에 따라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 작성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성하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이 함께 작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례를 단순히 캡쳐해 모아놓으면 그 순간에는 이유를 쉽게 기억할 수 있지만, 다시 봤을 땐 기억 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꼭 위 기준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캡쳐한 이유, 내 어떤 경험과 연결될 수 있는지 등을 간략하게라도 적어놓는 것이 좋다.
최근, 나는 주니어 또는 기획자나 PM을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터디에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이 참여하는 미션은 내가 기획자로 일하며 작성한 내용들과 꽤 닮아 있었다. 최근에는 그만큼 서비스에 대해 공부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터디 참여, 개인 기획 노트 작성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한다.
7년 차 기획자로 접어든 나도 여전히 새로운 앱을 발견하거나, 앱스토어 내 업데이트 리스트가 생겨나면 이번엔 또 어떤 의도가 담겨 있을까, 나와 같은 일을 하는 기획자는 어떤 과정에 따라 기능을 개선했을까 라는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 찬다. 그러니 일단 시작해봤으면 한다. 내가 이 서비스를 쓰면서 궁금했던 점, 내 관점에서 해볼 수 있는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담당 서비스만 볼 때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