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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방 고라니 Jun 19. 2021

공원에서 콜리를 보고 '래시'가 생각났다

아쉬워서 미화되는 걸까 아름답기에 아쉬운 걸까

▲ 콜리

6살 즈음 어느 날, 집 마당에 처음 본 개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당시 ‘돌아온 래시’를 읽고 감명받은 나는 그 개가 무슨 종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콜리였다. 길쭉한 몸과 머리, 갈색과 흰색이 섞인 털, 삽화와 똑같은 모습에 들떠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오래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데려갈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잠깐 맡아두는 것이라 했지만 흥분한 내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이미 콜리는 나와 몇 주간 함께할 파트너였다. 

    

          

멋진 콜리의 모습에 내 기분은 한껏 부풀었다. 어머니는 털 알레르기가 있으셔서 평소 강아지 키울 생각 못 했던 터라 더욱 설렜다. 게다가 내가 살던 곳은 산자락에 있는 시골 마을이어서 함께 뛰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콜리를 데려갈 사람이 바로 나타났더란다. 들뜬 마음으로 유치원을 다녀온 나는 콜리의 모습을 못 본채 이별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바로 뺏긴 날이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 이야기할 때 콜리는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첫 만남이 너무 기뻐서일까 아니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서일까. 유독 기억이 짙게 남아있다. 돌아갈 수 없기에 아련한 마음을 짙은 기억에 담아둔다. 아쉬움이 담기면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유인가 보다. 아쉬운 사랑도 비슷하다. 좋아했던 마음과 그때의 기억은 오래되어 차곡차곡 정리되지 않는다. 휘휘 뒤섞여 바쁜 일상에 가려 있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때 그 사람과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가끔 궁금하다. 보는 것만으로 설렜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 이내 궁금증을 눌러 내린다. 추억을 현실에서 마주하고픈 마음은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 어딘가에 있다. 비포선라이즈에서 비포선셋으로 가는 과정은 어렵다. 그렇기에 그 마음을 가끔 꺼내보지만 구태여 파헤치진 않는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시간은 다른 향기를 가진다. 호기심에 카톡 한 줄을 보내는 순간 간직한 그리움은 향기를 잃는다. 간혹 더 좋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아름다웠던 기억을 망치기도 한다. 언젠간 열어볼 수도 있는 향수, 아련함을 담은 채 뚜껑을 꾹 닫는다. 카톡 프사를 구경하다 보이는 반가운 얼굴, 사진을 눌러 크게 보고 이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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