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는 여행, 그 자체로 충만함

by 엠마



오랜만에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친구와 함께 하루 동안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크게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일정을 세운 것도 아니다.

그저 잠시, 일상의 틀을 벗어난다는 것 하나만으로 마음이 설렌다.


생각해 보면 어린 왕자도

만나기 3시간 전이 더 설렜다고 했다.

기대라는 감정은 늘, 도착보다 여정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는 성과도, 목표도 없다.

무엇을 얻겠다는 다짐도, 특별히 기록할 것도 없다.

그저 ‘하루를 쉬고 온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아무것도 없음’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다.


평소엔 늘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마음,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

쉴 때조차 정해진 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습관 속에서 살아왔구나 싶다.


그런 틀을 벗어나,

이번엔 나에게 **“그냥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기로 했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비워내기 위한 시간.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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