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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Jan 29. 2022

집안일이 한 사이클 돌았다.

 

"응, 이 후드는 좀 센 거라, 저번 것보다는 냄새도 잘 잡혀"

하며 후드 자랑질을 하는데,

뭐냐, 저 먼지는, 뭐냐, 저 찐득함은

기름에 엉겨 붙은 먼지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오늘은 어쩐지 집안일이 빨리 정리가 되어, 신나하고 있었는데 이건 뭐 손 붙이라는 거였나 보다

설거지까지 끝난 마당에 이걸 닦아 말아하며 잠시 마음의 갈등이 있기는 했다.


집안일이 끝이 없다는 이야기는 뭐 해도 해도 틀리지 않은 말이긴 하지만,

오늘은 다시 한번 느꼈다. 정말 끝이 없다.

며칠 전에 화장실 청소를 하며, 왜 화장실의 더러움은 나만 느끼는 거냐며 혼자

불평불만을 했었다. 그래도 숙제 같은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다음날 베란다 정리를 한 차례 했다.

그리고 다음날 베란다장의 물건을 싹 꺼내어, 또 싹 정리했다.


당분간 숙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더니, 뭐 갑자기 해야 할 것들이 눈에 띄고 난리다.

필터를 빼 내고, 따뜻한 물을 틀어 때와 기름을 적당히 불린다.

뭐 별 거 없이 주방세제를 잔뜩 묻힌 수세미로 살살 문지른다.

손가락으로 힘을 주어 세게 밀면 꾸덕한 기름때가 제대로 밀리지도 않더니,

세제를 묻혔더니, 슬슬 잘 닦이는 게 은근 기분이 또 좋다.


또 그렇게 몸을 굴리니,

발바닥이  찐 한 게 여간 기분이 나쁘다.

또 다목적 세정제를 뿌리는 정성까지 들여가며,

쪼그려 앉아 온 집안을 닦아 내니 이제야 삭삭 하니 바닥에 닿는 발의 느낌이 보송보송하다.


야, 이제 좀 쉬자 하며 시계를 보니,

열한 시다.

이제 씻고 자면 또 언제 자냐 하며 나 혼자 또 한숨을 푹푹 쉬었다.

사워를 마치고 젖은 수건을 빨래 바구니에 담으려다가 빨래를 마친 세탁기와 건조를 끝낸 건조기가 눈에 띈다.


건조기의 빨래를 빼 내고, 세탁기의 빨래를 다시 건조기에,

그리고 빨래 바구니의 빨래를 추려 또 세탁기에

머리를 말리며 쌓여있는 빨래를 보며 '저건 또 언제 개나, ' 답답해하고 있다.


내일 아침이면 또 식기세척기의 그릇을 꺼내고,

다시 싱크볼에 가득 쌓어있는 식기들을 세척기에 집어넣겠지,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지.

또 세탁기의 빨래와 건조기의 빨래를 빼내고 또 돌리고 있겠지.


나의 아침 풍경이 또다시 상상이 되어,

벌써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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