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투어 중 울어버린 엄마와 딸

by 정주희


얼마 전 드레스 투어를 하던 중 마지막 드레스 숍, 마지막 드레스를 입을 때였다.
날씬하고 비율이 좋아 입는 드레스마다 소화를 잘 하던 그 신부는 드레스 투어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함께 했던 신랑과 신부의 친정 부모님들도 모두 그런 신부 덕에 유쾌하게 드레스를 보고 있었다.
다 예뻐서 어디를 고를지 모르겠다고, 즐겁게 보던 그 신부가 드디어그날의 마지막 숍, 마지막 드레스를 입고 나왔고
마치 그레이스 켈리처럼 하이넥에 풍성한 실크 스커트가 우아한 드레스를 보고 우리 모두는 감탄을 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모두 ‘너무 예쁘다’ ‘진짜 우아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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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활짝 웃고 있던 신부가 ‘너무 예쁘다’라고 하더니 바로 뒤이어 ‘나 울 것 같아’라고 해서 그 정도로 그 드레스가 맘에 드나 보다
생각하는 순간 정말 1초 전까지 화사하게 웃던 얼굴이 찡그러지면서 그 신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나......세상에......
내가 웨딩플래너를 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고 쉬지 않고 계속 신부들을 만나고 있는데 맹세코 드레스 투어 중
울어버린 신부는 처음이다. 그 신부는 눈물 한 방울 뚝 떨어뜨리는 게 아니고 진짜 2~3분 정도 엉엉 울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던 친정어머님도 함께 우시는 거다.
신랑님은 티슈 찾아서 신부와 장모님께 막 전달하느라 어수선해진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정도 경력 따위, 나...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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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스러운 신부는 이제 드레스 입는 게 다 끝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고 했다.
드레스 투어를 하는 내내 우와, 벌써 네 벌 다 입은 거예요? 순식간에 끝나버렸어요.
하면서 마치 우리가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으앙, 벌써 다 먹은 건가? 하고 아쉬워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여주던 신부였지만
진짜로 투어가 끝났을 때 울어버릴 줄이야.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님도 함께 우실 줄이야.
그 순간이 지나고 신부는 다시 웃음을 찾고 나왔고 너무 예뻤다, 재밌었다고 즐거워하며
우리는 헤어졌지만 나는 그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그 신부는 몇 년 전 내가 진행했던 신부의 친동생인데 그 언니는 강남에 있는 특 1급 호텔에서 결혼을 하고
웨딩드레스는 그 당시 가장 핫하고 비싸던 수입드레스 숍에서 했다. 진행 과정 하나하나가 남부럽지 않은 선택들이었고
웨딩을 너무 꿈꿔왔던 생기발랄했던 그 언니는 그렇게 행복한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를 갖고
지금은 여전히 행복한 두 아들의 엄마로 살고 있다.
그 동생인 드레스 투어 중 울어버린 신부는 처음 상담을 의뢰할 때부터 이렇게 얘기했다.

“언니랑은 상황이 좀 달라요, 가성비 좋은 예식장을 찾으려고요. 웨딩에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허니문에 좀 더 신경 쓰려고 해요.”

언니랑 동생 단둘 뿐인 자매간에 언니의 결혼 준비과정을 지켜봤다면 ‘결혼식이야 뭐’ ‘웨딩이야 뭐 대충 하면 되지’라고 했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서 이렇게 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의 웨딩드레스 보다 몇 백만 원 저렴한, 최저가의 드레스 숍은 아니라도 고가의 숍은 아닌 드레스 숍들로 투어하면서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
‘안 예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있을 수 있었을게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아름답게 소화하면서
그런 걱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긴장이 풀렸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 딸의 마음이 느껴지자 친정엄마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모든 부분에서 더 가열차게 만족하도록 가성비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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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_7589690101526878945525.jpg 드레스를 입어보는 신부보다 더 긴장한 신랑이 매순간 일어서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이곳, 웨딩동에는 오늘도 새로운 신랑, 신부들의 설렘이 가득가득하다.
그들이 결혼을 하면 다른 새로운 사람들의 설렘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워 가득할 것이다.


image_511051731526878945525.jpg 드레스 고르는 중 신랑이 꽃과 편지로 이벤트를 준비해서 놀란 신부가 눈물을 흘리고 감동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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