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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개구리 Jan 24. 2016

그녀의 '덫' #5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가슴이 뛴다. 왜 이러지...

할 말을 잃고, 우물쭈물 서 있는데, 마침 카페 안에서 직원이 메뉴를 들고 나온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아... 네. 밀크티 주세요. 따뜻하게."

"네,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주문을 하고 멀뚱히 서 있자니 민망스러워 슬쩍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런 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자니, 이젠 내 얼굴이 뜨거워졌다.

두 손으로 볼을 감싸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물어볼게 있는데..."

"물어보세요."

"혹시 우리... 그 날... 했어요?"


마지막 문장은 거의 안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뭐라고요?"

"했냐고요... 우리."

"뭘 말입니까? 뭘 했냐고요?"

"아... 그거 있잖아요."


속삭이듯 얘기하는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듯 재차 물어보는 그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하이톤이 되었다.


"뽀뽀했냐고요!!"


순간, 주위에 앉은 다른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보았고, 밀크티를 가지고 나오던 카페 직원이 나의 말에 움찔하며 다가왔다.


"여기, 주문하신 밀크티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불입니다. 손님."

"아... 네."


주섬주섬, 가방에서 지폐를 꺼내어 직원에게 내밀었다.

그는, 현금을 가지고 들어가더니, 잠시 후 거스름돈과 함께 쿠폰을 주었다.


"다섯 개 모으시면 사이즈 업그레이드나 무료 커피 한잔이 제공됩니다."

"아... 예."


쿠폰을 받아 지갑 안에 넣고 밀크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보니, 이사 왔을 때부터 이 카페가 있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밀크티가 진하고, 부드럽다.

흐뭇한 표정으로 '호르룩' 마시고 있는데, 직원이 내 앞에 앉은 그에게 말을 건다.


"사장님, 오늘 미팅은 자리를 어디로 준비해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손님 오면 알아서 앉을게요."

"네. 알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직원.


"여기 카페도 그쪽 거예요?"

"네..."


말로만 듣던 금수저가 내 앞에 앉아 있다.

계속되는 침묵이 어색했는지,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까 얘기하던 게 뭐였죠?"

"아, 맞다. 그러니까 제가 묻고 싶은 거는..."


다시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려는데, 그가 한 발 빨랐다.


"궁금한 게 그 날 당신이 나한테 입을 맞췄냐 이 말이에요?"

"네. 그거예요."

"했으면 어쩔 건데요?"

"그랬으면 제가 완전  실수한 거니까 사과하려고요. 없던 일로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싸울 줄만 아는 줄 알았더니 사과도 할 줄 알아요?"

"그럼요. 저도 제가 잘못한 건 알죠. 기억이 안 나서 답답하지만..."

"그럼, 했다 칩시다."

"뭐라고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당신이 기억할 때까지 답답해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겠어요."


그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입 꼬리  한쪽이 올라가 있었는데,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앞에 두고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그 멍은요?"

"아... 이건 당신 하곤 상관없어요. 내가 계단에서 구른 거예요. 발을 헛디뎌서."

"그럼, 절 집까지 데려다 주신 거예요?"

"데려다 주고 싶어서 간 게 아니고, 당신이 내 등에 업히더니 잠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리 술이 취해도 그렇지, 어떻게 모르는 남자한테 그렇게 업혀 잘 수 있습니까? 다른 남자였으면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었어요. 걱정도  안 됩니까?"

"뭐 매번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술 먹고 그러긴 하는데... 괜찮아요. 아직 별일 없었어요."

"사건사고가 예상했다가 생기는 거 봤어요? 방심하다가 당하는 게 사고란 말이에요."

"지금 절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내가 왜? 당신을?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그런데 왜 얼굴이 또 빨개져요?"

"뭐요? 내가 언제?"

"지금요. 완전 사과 같아요."


그가 볼에 손을 갖다 대자, 나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뻥이에요. 그걸 또 믿어요?"


어이없어하는 그의 표정.


"아무튼 실례가 많았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아 정말 죄송해요. 반성하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화 푸세요... "

"이렇게 갑자기 달라진 이유가 뭐예요? 조금 당황스럽네요."

"어쨌든 나갈 때까지는 여기 살아야 하는데. 어색하고 불편한 건 싫거든요.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마주칠 텐데,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잖아요. 뭐 그쪽은 신경도 안 쓸 수 있겠지만."

"그래서, 화해하자는 겁니까?"

"따지고 보면 시작은 제가 한 게 맞으니까요. 인정할 건 해야죠."

"보기보단 솔직한 편이네요."

"그게 저의 유일한 장점이기도 하죠."


찡긋 미소를 지었다.


"아,,, 그리고, 계단 고쳐주신 거 감사해요. 덕분에 이젠 안 넘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혹시... 직접 굴러보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고쳐준 거 아니에요?"

"뭐 그건, 편하게 생각하세요. 아무튼 저도 심한 말 했던 거 사과할게요. 생각해보니 지나쳤어요. 미안합니다."

"그럼, 서로 비긴 걸로 해요. 그리고, 인사가 늦었네요. 서예랑이라고 해요."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나의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천천히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손무경입니다."


그렇게 그와 마주 보며 웃었다.

그는 커피를, 나는 밀크티를 마시며 그렇게 따사로운 오전 햇살을 받으며 주말의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잔을 거의 비울 즈음, 카페 앞으로 노란 스포츠카가 급정거를 하며 멈추어 섰다.

차 안에서 한 남자가 내렸는데, 카페 손님들이 그를 보더니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털썩'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이 아가씨는 누구야?"


선글라스를 벗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낸 채, 쾌활하게 웃는 남자.


영화배우 '장시창' 

   

아이돌 출신으로, 최근 출연하는 작품마다 크게 성공을 해서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고, 노래와  춤뿐 아니라, 깊이 있는 아우라와 실력으로,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던  20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남자 배우이다.

태어나서 연예인을 처음 보는지라, 그저 신기하기만 했는데, 얼마 전에, 하나와 함께 본 영화의 주인공이 '장시창' 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매와 날렵한 콧날, 섬세한 입술이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조화를 이루어 마치, 남자 인형을 보는 느낌을 주었다.


장시창은, 그의 요란한 등장에도 아랑곳없이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는 무경을 쳐다보며 다정하게 불렀다.


"Hi father~"


뭐라고? 파더? 아빠? 무경이 그의 아빠라고? 딱 봐도 20 후반의 무경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장시창.

이게 또 무슨 상황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무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리를 꼬고 시큰둥하게 시창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은 연속간행물입니다. 1편부터 보시면 스토리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당분간 본업으로 인해 기존 화요일, 금요일에  발행되었던 연재일이 변경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덫' 챕터가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져서 발행일이 일정치 않거나, 한꺼번에 몰아서 연재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게요 양해부탁드려요~


그리고 항상, 묵묵히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올 겨울 동안, 가장 춥다는 요즈음, 모든 방한도구를 동원해서라도 소중한 몸을 지켜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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