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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성장 Feb 24. 2022

죽은 자의 아파트, 납골당도 로얄층이 비싸다.

할아버지를 눈높이에서 만나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제일 비싼 층은 눈높이의 중간층,
아래로 내려가거나 위로 올라갈수록
비용은 저렴해집니다.




| 승화원에서 납골당에 가기까지


빈소에서는 승화원(화장터)을 예약해야 한다. 상조회사에서 나오신 담당자분이 예약을 도와주셨고, 운구를 하여 승화원으로 이동한다. 승화원에 도착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화로에 들어가는 과정은 정말이지 글로 표현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괴롭다. 나는 할아버지의 몸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어진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어 전날 빈소에서 술을 좀 마셨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 마주 할 용기가 안 났었다.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다. 삶은 얼마나 허망한가.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승화원 직원이 할아버지의 유골을 곱게 만들고, 종이에 넣어 미리 준비한 유골함에 담아주셨다. 180cm에 풍채가 좋았던 할아버지가, 큰 봉고차를 몰고 내게 켄터키 치킨을 사주던 할아버지가 주먹만 한 종이 속 유골로 변했다. 나는 '혹시 아직 살아 계셨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영정사진과 유골함을 안고, 미리 정해놓은 납골당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납골당을 정하는 것도 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좋은 자리는 전부 다 나가고 없는 경우도 많다. 나도 사전에 몇 군데 찾아봤지만, 할아버지가 아직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묏자리를 알아본다는 게 좀 서글프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해서 깊이 알아보지는 못했다. 결국 납골당은 상조회사에서 추천해준 추모공원으로 가게 되었다.



일단 추모공원에 들어가면 자리를 계약해야 하는데, 추모공원 직원이 칸칸이 나누어져 있는 납골당의 자리를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한다. 아주 바닥 밑에서부터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높은 층까지 빼곡하게 사각형의 공간이 들어차 있다. 당연히 눈높이의 중간층이 제일 비싸다. 비용은 바닥, 꼭대기 층과 비교했을 때 몇백만 원이나 차이 났다. 아파트 시세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똑바로 서 바라보기 편안한 위치에서 죽은 가족을 만나고 싶다. 엎드리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만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나도 비싼 비용에 한번 더 놀랐지만 할아버지를 눈높이에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좀 무리해서 가장 로얄층이라고 불리는 '눈높이' 위치에 할아버지의 자리를 마련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할아버지의 유골함과 함께 같이 찍은 사진과 편지를 납골당에 넣었다. 작별의 시간을 마련해준 뒤 직원이 유리문을 봉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에 예약을 걸어놓은 사람들의 이름이 보였다. '사전에 다들 머물 자리를 준비하시는구나.' 새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자신이 아프거나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죽음에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지 몰랐다. 특히 나와 같이 젊은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것이 너무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나는 '영 케어러'다. 말 그대로 젊은 부양자다.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노인을 케어하려면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죽음 이후의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그리고 장례 업계는 가족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잘 안다.



그 마음을 채우려면 높은 값을 지불해야한다. 너무 비싸다 싶었지만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무리를 해서라도 마지막 가는 길을 최대한 좋은 것으로만 했다. 사랑하니까. 생전에 못 해 드린 게 자꾸 마음에 남아 괴로우니까. 나는 원래 돈 욕심이 많이 없었는데,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돈의 중요성을 비로소 깨달았다. 돈이 있어야 내 사랑을 더 표현할 수 있다고. 장례 문화를 경험하며 종종 씁쓸해졌다.



현실적으로 그냥 케어러가 아닌 '영(Young)케어러'에게 많은 재산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비교적 운이 좋은 영케어러에 속한다. 장례 비용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케어러들은 대체 어떻게 가족의 죽음 앞에 대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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