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독백

by 미셸 오
종합병원 병실 3층의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바삐 걸어 다니는 간호사들과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늙은 환자들을 마주쳤다. 창이 없는 복도는 좀 어둑하였다.

칠십 중반의 엄마는 손에 링거를 꽂고 링거 걸이에 손을 얹은 체 그것을 밀었다.

한낮의 무더위로 병실안은 텁텁했다.

열린 병실 문 안으로 병자들이 보호자들과 함께 늘어져 있는 게 보였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라곤 한점 없었다.

병실 끝에서 오쪽으로 돌아 복도 끝에 이르니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있고 의자가 있었다.

그 의자에 앉아 문을 밀었더니 옥상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 시원하다.."


엄마는 의자에 걸터앉아 가슴을 쭉 폈다. 한낮의 햇살이 가득한 옥상 저편에는 파란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옥상의 그늘을 지나 우리들이 앉은 곳으로 불어오는 것이다.

그때였다.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우리들 옆에 걸터 앉으며 한 숨을 쉬었다.

평상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환자가 아니고 보호자인 듯한데 엄마를 힐끔 보더니


"얼굴은 쪼그라졌다만 참 예쁜 사람이오."


그렇게 말한다.

피부가 까맣고도 붉게 탔는데 무척 건강해 보이는 할머니다.


"내가요? 뭐가 이쁩니까?"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입니다. 젊어서 참 예쁜 사람이었소, 지금도 쪼그라졌긴 했지만 예쁘요."


엄마쑥스럽게 웃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우리 셋은 열린 옥상 문을 마주하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뙤약볕 아래 널린 빨래가 바싹 말라보였다.

볕이 뜨거우니 그늘은 더 짙었다.

그때 옆의 할머니는 혼잣말인지 우리보고 들으라는 말인지 하염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이를 이리 묵은께 혼자서 밥묵고 사는게 얼마나 고독한지..예전에는 손주들도 자식들도 있어서 그리 즐겁고 외로분줄 모르겠드만은 혼자서 밥을 묵으니 밥맛도 없고...쌀이야 그저 있으니까 걱정 없지만 혼자 밥묵는게 얼마나 외롭운지...가끔씩 딸이 와가 같이 밥묵어 주고 며느리가 와서 같이 밥 묵어 주고 ...그때는 안묵던 반찬에도 손이 가고 이것저것 묵어지던데...."


나는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보았다. . 눈가가 붉었다.


"늙는 것이 참 애달프지요?"


내가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그래 늙는 것이 이것이 참들고 애달픈 것이라.."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가요?"


"내 나이 62살 때 돌아가셨지."


"일찍 돌아가셨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연세가?"


그때 듣고만 있던 엄마가 물었다.


"84살"


우리는 깜짝 놀랐다ᆞ


"무척 건강해 보이시는데 ᆢ 젊어 보이세요."


할머니가 엄마에게 물었다.


"댁은 몇 살이나 묵었소?"


"74"


"그러게 젊어보이오. 나보다."


갑자기 엄마가 그 사람 앞에서 어려 보인다.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는데 할머니 전화가 울렸다. 그네는 허리춤에서 낡은 구식 폴더폰을 꺼내서 받았다.

우리는 일어섰다. 엄마보다 10살은 더 많은 할머니의 노후는 건강한 육체에 비해 주변에 사람이 없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고독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엄마가 입원한 병실은 7인실인데

출입구 옆에 있던 중풍 걸린 할머니가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식이 없는 할머니는 갑자기 중풍이 와서 이 병원에서 1년을 있었고 그간 형제들이 십시일반 병원비를 대 주었으나 이제 요양원으로 떠난다 한다.

자식들이 있어서 옆에서 돌봐주면 쾌차할 수 있을 만큼 심하지 않았다. 정신은 말짱하고 오른쪽 부분만 마비가 온 듯하였다. 잡아줄 누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요양원으로 가게 되어서인지 그 할머니는 소리 내어 울었다.

간병인이 할머니의 침대를 정리하는 동안 울음을 그친 할머니는 휠체어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엄마를 침대에 모셔 드리고 오는 길

자식 없는 노년의 고독도 그렇고 늙어 병들었을 때 병원비도 그렇고 건강하고 먹고살만해도 같이 밥 먹을 가족이는 것도 그렇고..

늙는 것이 두려운 이 세상이 참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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