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by 미셸 오
바람이 분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학원의 출입문을 세게 닫는다.

1학년 남자아이들.

의자에 앉아 오늘 할 내용들을 펼쳐보는데 수업 시간보다 일찍 들어선다.

한 명은 똘똘하고 공부 잘하는 상곤이(가명)고 또 한 명은 이목구비가 정말 잘생겼지만 공부를 제일 하기 싫어하는 도영(가명)이다.

도영이는 자신이 강아지를 안고 찍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침대 위에 앉아 갈색 푸들을 안고 찍은 건데 사진으로 보니 도영이가 정말 미남이다.

" 도영이 정말 잘 생겼네~"

내가 그렇게 감탄을 하니

자신의 휴대폰에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만 자신의 남동생(아기)의 알몸 사진을 보여주고 말았다.

"흐익~이 사진은 내 동생 고추예요. 에이~보여주면 안 되는데~"

"하하 왜 찍었니?"

민망해하는 아이들을 짓궂게 보았다.

그런데 상곤이가 갑자기 키득키득 웃더니 도영이 곁에 가서는 이렇게 말한다.

" 여자는 고추가 없어~"

"여자는 고추가 없는데 어떡하지?"

도영이는 짐짓 걱정하는 표정이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던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아냐. 여자도 있어"

그랬더니 상곤이가

"크크크 여자 고추는 엉덩이 속에 숨어 있어요."

"맞아. 여자는 엉덩이에 쏙 들어가 있어."

도영이도 맞장구를 친다. 이 자리에 여자아이가 있었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싶다.

아이들의 하는 말을 듣고 절로 웃음이 난다. 저들은 저들대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쑥스러운지 입을 손으로 막아가며 수군수군. 그래도 다 들린다. 앞에 앉은 나란 여자는 여자로 안 보이나 보다. 그저 선생님일 뿐.



어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해서 평소와 다르다. 생머리만 고집하던 나도 기분전환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낯선 것은 언제나 불편한 법. 거울 앞에서 곱슬한 머리를 드라이로 거의 펴고 나서야 출근하였다. 그러나 머리는 갓 구운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분명히 아이들의 눈에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 법도 하건마는.

1학년 아이들은 애초부터 내 바뀐 머리 스타일에 관심이 없다. 허긴 아이들이 먼저 여름을 맞아 시원하게 머리를 밀고 나타났기에 내간 먼저 호들갑을 떨며 인사를 했지만 말이다.

요즘 남자아이들의 머리 모양은 유명한 축구선수 호나우도의 머리칼처럼 멋지다. 귀 양 옆으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빡빡 밀어주고 위에는 날렵한 물개가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처럼 머리칼을 남겨놓았다.

우리가 어릴 때는 머리 전체를 중머리처럼 밀어 놓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1학년 아이들은 저들끼리의 잡담에만 관심을 가졌고 수업은 마쳤다.



그러나 4학년부터는 달랐다. 짓궂은 남자아이들 두 명이 강의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샘~ 머리에 새집을 지었어요~"

헉 새집~나는 바람에 날려 더더욱 부풀어 올랐을 내 머리를 상상한다. 허긴 오늘은 낮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얼굴이 달 라보여요~ 오늘 화장이 너무 진해요~"

화장이 진한 것은 사실이다. 파머머리가 어색해서 눈 화장을 진하게 하였던 것이다.

여학생들은 더 심한 말을 한다.

"샘~골드미스 같았는데 이젠 아닌 것 같이 되어버렸어요~"

"빨리 푸세요~ 이상해요~"

이게 돈을 얼마나 비싸게 주고 한 건데. 풀다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애들아 책을 펴라. 샘 머리는 신경 끄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은 하였으나 '역시 이 머리스타일은 아닌가 보군.'

하는 생각을 한다.


6학년 아이들은 다행히도 내 머리 바뀐 것에 의외로 반응이 없다.

정해진 분량의 문제들을 조용하게 푸는가 싶더니.

저들이 좋아하는 웹툰 만화의 주인공 그림을 서로 그려주고 보여주고 시끄럽게 군다.

그중 한 여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풀이 죽어 있다.

"문제 안 풀고 뭐해?"

"저는 수학 문제 푸는 것이 싫어요. 운동하는 것이 좋은데."

"운동을 해도 기본 공부는 해야지."

"아~왜 공부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도 때가 있는 건데 지금 해놔야 나중에 후회 안 해."

그렇게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나도 저맘때 공부하기 싫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물론 한 번씩 공부에 재미를 붙여보기도 하였으나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강제로 하는 공부가 더 싫었다.

저 애도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지금 억지로 하는 것이라 싫은 것이다.

"하기 싫은 공부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만 해."

했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한 단 소리가.

"샘~저는 항공대학에 가고 싶어요"

이런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해야 되겠네. 항공대학이 점수가 높잖아."

그러자 조용히 문제를 풀던 아이들이 너도 나도 합세한다.

"저는 경찰대학에 가고 싶어요."

"전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전 아직 꿈이 없는데요."

"저는 사업 대학에 가고 싶어요."

"응~? 사업 대학?"

나는 머리가 긴 여학생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 사업 대학요."

당찬 여학생은 자신 있게 대답한다.

"상업대학. 산업대학은 있어도 사업 대학은 없는데"

"중학교 선생님 되려면 가는 대학 있잖아요?"

"아~사범대학"

그때서야. 아이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범대학을 사업 대학이래~"

사업 대학을 가고 싶었던 여학생은 멋쩍게 웃으며

"아참. 오늘 엄마가 일찍 집에 오랬어요~" 하며 책상 위의 책을 재빨리 정리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실수가 쑥스러운가보다.

하긴. 사업 대학은 없어도 대학에 경영자 과정은 같은 것은 있는데 말이다.

아직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실수다.

강의실을 서두르며 나가는 아이의 치맛자락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중학교 1학년 때던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감상문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나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여성 작가라고 단정했었다.

그냥 알고만 있었다면 괜찮았을 것을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여자 작가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친구가 황순원을 몰랐기에 다행이었지만.

또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중학교 가정 수업 시간에 '골반'에 관해 수업을 듣던 중

나는 그 골반의 '골'을 머리라고 착각해서

"선생님 ~골반이 머리의 어디 부분인가요?"

라고 질문을 해서 교실 안이 한바탕 웃음이 터졌었던 것이다. 그때 동그란 안경을 낀 예쁜 가정 선생님이 하얗고 긴 이빨들을 한껏 드러내고 웃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실수한 나를 귀엽게 보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사범대학을 사업 대학으로 착각한 학생도 그저 귀엽고

여자의 생식기는 엉덩이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표현을 쓴 남자아이들도 귀엽다.

그때 그 나이 때면 얼마든지 오해할 수 있고 또 잘못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떡볶이 한 컵을 들고 와 먹느라고 문제집을 다 풀지는 못하더라도.

선생님 몰래 문제를 풀지 않고 답안을 베껴 내더라도.

선생님 파머 머리를 새집을 지었다고 놀리더라도.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계속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새로 지어진 낱말.

"쌤~" "쌔엠~"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듣는 이 샘이라는 단어는.

한층 앙증맞고 귀여운 아이들의 애교이며 사랑이다.



종일 말 안 듣는 아이들도 있다.

수업 시간에 책상 아래에 숨어서 숨바꼭질을 하는 친구도 있고.

수업 시작이 되자마자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에 가서는 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보면 친구들과 로비에서 놀고 있다.

그뿐이랴. 현란한 말솜씨로 친구들을 놀려 먹는 아이도 있고.

"송이버섯" "킹콩"이라고 별명을 불리면 부르르 떨면서 울고 교실 안이 난리가 난다.

별명은 꼭 좋은 의도보다는 좋지 않은 의도가 있어서 그런가. 별명을 불리는 아이들은 극도로 예민하다.

그것을 아는 짓궂은 아이들은 꼭 별명을 부른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 해가 졌고.

나는 또 지는 해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선다. 바람이 발등에 와 부딪힌다. 요즘 저녁은 가을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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