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인가 보다.
호주에 사는 동생이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큰 딸이 '호주 무림픽'에서 어린이 무기술 부분 금메달을
획득하였다는 것이다.
무기술?
그게 뭐지? 하는 마음으로 동영상을 열어본 나는 풋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제 9살밖에 안된 큰 조카가 휘두르는 것은 바로 그 이소룡의 유명한 쌍절곤이 아닌가.
아이의 아빠이자 내 동생이 사춘기 시절 그렇게도 숙련하고 싶어 했던 그 쌍절곤 돌리기.
-아래를 링크하면 어릴 때의 남동생이 쌍절곤을 익히던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zavara15/43
태권도. 검도도 있는데 하필이면 쌍절곤일까. 아버지의 어렸을 적 바람이 아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가.
따로 가르친 적이 없는데도 동생의 딸아이들은 운동을 그렇게 잘한다고 한다. 7살 둘째는 은메달을 땄다고.
아버지의 끼를 이어받은 데다 매일 보는 것이 운동하는 모습들이니. 눈으로 보고 바로 익혀버린 것 같다.
"수*이 (둘째)가 6살 때 처음 대회 출전했을 때 오른발로 뛰어 옆 차는데 준결승에서 안되니까 갑자기 왼발로 날라 차더라고. 깜짝 놀랐어. 가르쳐 준 적 없거든. 한쪽으로 하기 힘든데.. 그래서 결승 진출. 결승에서 격파 두 번째 못해서 아쉽게 은메달. 아주 잘함."
동생이 카톡으로 보낸 문자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메달을 목에 건 두 손녀를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나의 엄마는 지기 싫어하시는 분이었고 달리기와 수영을 참 잘하였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운동회는 동네 행사였다.
운동회 전날부터 엄마들은 아이들의 운동회 때 먹을거리 준비로 바빴고 다들 추석만큼 설렜다.
소금이 하얗게 뿌려지고 운동장에 백색의 선이 그어진 날 아침에. 교정의 하늘은 만국기들이 수없이 달리고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다. 게다가 경쾌하게 틀어놓은 운동장을 가득 메운 활기찬 노래들.
특히 남동생에게 운동회는 더없이 자신의 운동실력을 발휘하는 좋은 기회였는데. 청군 띠를 이마에 두르고 그 끝자락을 휘날리며 마라톤에서 1등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5학년 운동회였다.
운동회 정점에서 이어달리기를 하는데 동생에게 바통을 넘기고 같이 뛰어야 할 여학생이 힘이 빠져 주저앉으려 하였다. 그때 마지막 주자였던 남동생이 머리의 청색 끈을 풀러 여학생을 잡게 하고 같이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등을 한 운동장은 청색 깃발이 아이들의 승리의 함성과 함께 가득 차 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들을 기쁘게 한 것은 엄마였다.
학부모 마라톤 대회가 시작되면 엄마는 걸쳤던 잠바를 벗고 팔소매를 걷어 부친 체 마라톤 출발선에 섰고, 늘 1등을 하였다.
어쩌다가 2등을 하게 되면 지나치게 속상해하므로 숨이 턱에 차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듣더라도 1등을 하는 것이 피차에 좋았을 정도다.
그리고 엄마는 수영도 잘했다.
수영장에서 전문 강사에게서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순서대로 배운 나와 어려서부터 바닷가에서 저절로 익힌 엄마의 수영법은 완전히 달랐지만 엄마는 그래도 빨랐다.
통 배워보지도 않은 접영도 눈으로 보고 바로 따라 했을 정도였다.
그걸 보는 엄마 또래의 할머니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당최 물에 몸이 뜨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을 자주 봤었다.
운동이라고는 스트레칭 밖에 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 게다가 아버지는 달리기를 못한다.
우리들의 뛰어난 운동신경은 아마도 엄마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게다가 두 손녀들까지 저렇듯이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다니.
대대손손.
엄마는 이 땅에 안 계시지만. 그녀의 유전자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