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를 겁내는 내가 내시경을 꺼리게 된 이유는 많다. 몇 년 전에는 아는 지인의 남편이 내시경을 받다가 균이 옮아 죽을 뻔한 일이 있었고 딸아이가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내시경을 한 이후로
생리통과 변의를 구분 못하게 되었다.
의료보험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병원을 다니는 불편함도 없지 않다.
그런데
올해 들어 소화도 잘 안되고 설사와 변비가 지속되는 현상이 생겨서 내시경 예약을 한 것이다.
국가검진이라 무료일 줄 알았는데 위장만 무료고 대장은 무료가 아니란다. 근데 왜 주야장천 무료라고 문자를 보낸 거지?
게다가 수면내시경은 4만 원 추가다.
대장 내시경을 위해 약을 선택하라는데 속이 메스꺼운 물약은 몇 천 원인데 알약 값은 4만 원이었다.
내시경 전날 알약을 12알과 물 1.3리터를 먹었다.
저녁 8시 약 복용 이후 두 시간이 지나서부터 화장실을 오가느라 밤새 잠을 못 자고 다음 날 새벽에 또 알약 12알과 물 1.6리터를 마셨다. 입안이 마르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잘한 것은 물과 함께 이온 음료를 먹은 것이다. 갈증이 덜하고 기운이 덜 빠지는 것 같다.
다시는 내시경을 안 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10시에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오전 9시까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드디어 병원 내시경실 입실.
수술실 같은 분위기가 긴장감이 돈다.
옆으로 무릎을 오그리고 -자궁 안의 아이처럼-누웠더니 주사를 두어 번 놓는데 이게 또 어지럽다.
간호사가 어지러운 게 정상이니 안심하란다.
진정제여서인지 마음이 편해지면서 그냥 잠이 들었나 보다.
깨어보니 회복실이다.
4만 원 주고 수면내시경 하기를 잘했다. 그런데 가스가 나오면서 배가 아프다.
의사에게 배가 아프다고 하니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했다.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아직 배에 가스가 차서 아픈 거라고 엑스레이를 보여준다.
가스 있는 부분이 하얗다.
아픈 배를 잡고 의사가 찍은 내 몸 안의 내장을 보고 있다. 우선 위장은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