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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dd Jul 18. 2022

어떤 단어를 가진 삶과 못 가진 삶은 다르다.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윤주


이윤주 작가의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를 읽었다.

제목부터 작가의 글에 대한 진심이 뚝뚝 묻어나왔다.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겠어요’하며 책을 구매했다.


나는 말을 논리적으로 똑 부러지게 하는 동시에 말에 자신의 품위와 카리스마를 담아내는 사람을 정말로 부러워한다.

그런 사람의 말을 듣고있으면, 겉으로는 티는 안내지만 속으로는

오..방금 그 단어...!!! 기억해놔야지.. 이걸 이렇게 풀어나가네. 이거 나도 써먹어봐야지

하곤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말을 정말 잘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글’에 대한 진심인 이야기부터 어렸을 적 이야기 등..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나’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느낌.


가장 웃겼던(?) 부분은

출판사 회의나 미팅에서는 ‘이를테면’, ‘가령’, ‘예컨대’ 같은 부사가 난립한다.

흐릿하고 납작한 일상에 침입하는 낯선 단어들.
어휘에 대한 감각은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어떤 이에게는 이런 일들이 ‘쓸데없이 어려운 말’, ‘먹물스러움’, ‘오글거림’으로 느껴진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물질은 압축될수록 좋고 정신은 확장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박절하다’가 있는 일상이 내겐 확실히 덜 박절하다.

그래

흐릿하고 납작한 일상에 침입하는 낯선 단어들!

이거다.

나는 내 평범한 언어 일상에 낯섬을 선사해주는 사람들을 동경하는구나!!! 를 깨달았다.

‘어떤 단어를 가진 삶과 못 가진 삶은 다르다’는 것을 너무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더 동경하는걸지도 모르겠다.

그 낯선 단어만큼 내 세계를 넓히고 싶은 내 욕망일지도…


아마도 나는 그런 사람과 이야기한다면

오..! ‘가령’이라니..기억해놔야지..

이렇게 생각하겠지.


재밌는 생각도 들었는데,

출판계가 ‘가령’, ‘예컨대’가 난립한다면 IT업계는 뭐가있을까..했다.

단골 단어 ‘이슈’, ‘디벨롭’등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거의 영어라는것도 놀라웠다..!

(아. ‘한번 찾아볼게요/해볼게요’ 라는 마법의 한글 문장이 있긴 한것 같다.)


각 업계의 특성이 있듯이 각 업계에 맞는 언어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왜 지금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키텍쳐는 조직을 닮아간다.’라는 말처럼 언어가 그 업계를 닮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영어가 많은게 그리 이상하지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영어가 본질을 흐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때도 있고,

(그래서인지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에서 구글다움 관련한 이야기에 엄청 공감했다.)


갑자기 잘 이야기하다가 ‘당신을 테이크-케어(take care)해야한다..’같이 중간에 뜬금없이(?) 영어를 넣은걸 들을때면 정말 이질적으로 느껴질때가 많은데, 이건 내가 낯설어서 더 이질적으로 느끼는건지 잘 모르겠다. 

‘디벨롭 머지해야한다’는 너무 익숙한데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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