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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an 14. 2021

남겨진 것들


이별을 실감 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반지를 돌려받았다. 하나는 독립을 할 때 들고 나왔고 나머지 하나는 필요 없으면 없애라는 말도, 나를 달라는 말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그냥 그저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던 반지가 1년 하고도 조금 더 지나 둘 다 내게로 왔다. 그땐 돈도 없었지만, 반지가 뭐라고 사랑을 영원하게 만들어 줄 것도 아니면서- 라고 젠체하며 실용성과 가성비만 따져 정말 낭만이라고는 1도 없이 반지를 골랐다. 빼지 않고 매일 끼고 다닐 거라 호언장담 했지만 몇 달을 못가 반지는 상자 속에 갇혀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조건 비싸고 이쁜걸로 할 걸 그랬다. 그랬다면 정말 영원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미련도 아닌 어떤 아쉬움이다. 끼고 다닐까 두 개를 합쳐 하나로 만들어 버릴까. 차라리 돈으로 바꿀까 생각을 하다 이도 저도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내가 가진다 하지 말고 알아서 처분하라고 하는 게 맞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처럼 멍하니 멈춰있다.      


 후두두두두- 소낙비가 가슴 언저리를 내리치는 것만 같다. 짙고 짙은 상실감이 몰려와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의미라는 게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단번에 아무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지키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놓질 못한다. 그렇게 소중했던 것들이었는데, 의미를 잃자 하나도 남지 않았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게 다 해피엔딩이라고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들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별을 결심했을 때 선택했을 때 사랑은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시간뿐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낸 눈부시고 쓰라린 나날들. 그것들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니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강요가 아닌데도 강요받은 것만 같고 누군가를,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화를 내고 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저 삶에서 도망치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려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상처만 덧날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마음이라는 게 생각보다 정직하다는 것을 그렇게 아프게 배웠다.   

   

 간사한 나는 이제 혼자인 게 때때로 힘겹다. 혼자인 게 좋으면서 혼자인 게 싫다. 그래서 잘 가지 않던 엄마 집에도 밥 먹으러 간다는 핑계로 얼굴을 비추고 언니들에게 자꾸 보고 싶다 말한다. 영원한 사랑의 해피엔딩을 꿈꾸며 기억에 색색 가지 덧칠을 하는 중이다. 어쩔 수 없다. 이별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계속 덧날 것이므로, 나는 계속 망각해야 한다. 못생긴 손을 보니 반지 생각도 쏙- 하고 사라진다. 우선 이 손부터 어떻게 해결하고 나서 비싸든 비싸지 않든 반지를 사야겠다. 아- 그전에 자꾸만 불어나는 뱃살을 보니 손 생각도 사라진다. 달태기(달리기 권태기) 를 극복하기 위해 


난 무얼 하면 좋을까. 나는 이제 무얼 하면 좋을까.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okj080808/22212013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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