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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ug 30. 2021

[케이팝 명곡 100]
1. 있는 그대로 생각해봐

내가 생각한 케이팝 리스트는.



멜론과 서울신문 유튜브를 통해 K-POP 명곡 100 기획 모든 노래 순위와 선정의 변, 콘텐츠가 공개되었습니다. 기획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든 리스트가 공개되고 나면 선정 후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느낀 점, 기획에 임했던 저의 관점과 리스트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IZM 출신 선후배 분들과는 다양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다른 선정위원 분들과는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평가 기준도 궁금하고, 리스트를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해 몇 가지 글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선정위원의 한 사람, 관찰자, 관계자의 입장으로 차분히 돌아보고자 합니다.


0. 나를 돌아봐 : 기획을 마치고.

1. 있는 그대로 생각해봐 : 내가 생각한 케이팝 리스트는.

2. 이러다 미쳐 내가 : 선정, 취합, 배분, 촬영...

3. No.1 : 리스트가 담은 의미, 내가 담고 싶었던 의미.


후덜덜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한 중학교 시절엔 각종 음악지의 결산 리스트가 성경 구절과도 같았습니다. 외워라, 찾아들어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롤링 스톤, 피치포크, NME, 케랑, 빌보드... 셀 수 없이 많은 매거진이 선정한 명곡, 명반 순위표에 있는 음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챙겨 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시험공부를 하러 간다는 핑계로 주말마다 살았던 시립도서관. MP3에서는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에 수록된 앨범이 흘러나왔습니다. 자체 부여한 쉬는 시간은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 1001장',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 '힙합열전', '얼트 문화와 록 음악' 등 책들에 소개된 많은 작품들을 공책에 옮겨 적느라 자꾸만 길어졌습니다. 그 정성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왼쪽 버전으로 산 책은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순위표는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폭넓게 음악을 듣고 평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 자체가 흔치 않았습니다. 돈을 주고 LP든 CD든 물리적 매개체를 (그것도 많이) 구입하고 그것을 들을 수 있는 배경이 필요했습니다. 특수한 환경, 오랜 역사, 전문가 집단. 그들이 가늠할 수 없는 논의와 긴 시간을 들여 세상에 공개한 명곡과 명반 순위표는 마땅히 십계명으로 고이 모셔질 자격이 있었죠. 롤링 스톤이 1위라니까 그냥 들어! 


지금은 다릅니다. 스마트폰으로 1초 만에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약간의 수고만 거치면 가수의 진솔한 인터뷰와 앨범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모조리 섭렵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평등은 권위의 해체를 불러왔습니다. 2020년 롤링 스톤이 그들의 500대 명반 리스트를 업데이트했을 때 음악 팬들은 존경 대신 의문과 저항을 품었습니다. 



케이팝 순위 선정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기존 우리가 명반, 명곡을 평가하는 기준과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케이팝은 복잡한 산업이니까요. 기획사의 지휘 아래 아티스트를 선정, 발탁, 육성하고 각 노래마다 다양한 작곡 / 작사 / 프로듀서 풀을 바탕으로 배정, 제작하고 검수를 거쳐 콘셉트와 퍼포먼스를 부여합니다. 그 과정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지요. 그룹과 멤버의 주체성, 기획사의 규모, 퍼포먼스 수행의 정도, 시대의 흐름과 유행, 소셜 미디어.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케이팝에는 다양한 욕망이 교차합니다. 케이팝 그룹은 그들을 지지하는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기획사와 그룹의 최우선 목표는 그들의 충성도와 규모를 확장해나가는 것입니다. 무명 그룹이 예술에 대한 열망과 작품성을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각 팬덤은 가시적 성과를 위해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고 소비에 열중합니다. 케이팝의 역사가 축적되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담론 역시 복잡해지자 그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도 어려워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평가보다는 종합 문화 콘텐츠에 대한 평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케이팝 100대 명곡 리스트에 대한 제 목표는 가이드라인 만들기였습니다. 보통 결산을 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임합니다. 정말 뛰어난 작품성에 주목하는 리스트도 필요하지만, 돌아봤을 때 순간을 포착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지금까지도 자주 언급되는 곡들을 정리하는 기획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케이팝 리스트가 처음이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향후 이 리스트가 새로운 해석과 관점에서 완성될 순위로 기능하길 바랐습니다. 명곡보다는 들어봐야 할 케이팝 리스트에 초점을 맞추게 되더군요. 자연히 상징성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게 되었고요.


해외 음악지들의 케이팝 소개와도 다른 방향을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들의 케이팝 평가와 리스트 선정에 크게 공감이 가진 않습니다. 서구 사회 (혹은 서구 사회 내 소수 커뮤니티의 시선)의 케이팝 해석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역사, 상징성 등을 많이 고려하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파트에서의 평가와 관찰, 서구 사회가 인식해온 케이팝을 소개하는 형태의 리스트라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바로 그 관점의 차이가 케이팝을 바라보는 우리와 서구의 차이를 드러내는 지점이라 흥미롭죠. 주로 2010년대 이후 결산이 많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하게 느껴졌던 선정 과정도 어느 정도 감이 잡혔습니다. 순위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노래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몇 가지의 키워드로 묶을 수 있도록, 연도와 소속사, 아티스트 비율도 고려하여 배정하도록 로드맵을 짰습니다. 


자 그럼, 스프레드시트를 켜볼까요. 





서울신문X멜론 K-POP 100대 명곡 11~20위 | 100 Greatest K-POP Songs curated by The Seoul Shinmun & Melon


멜론 K-POP 100대 명곡 페이지


서울신문 유튜브 페이지


멜론 X 서울신문 명곡 기획 후기 개별 링크


0. 나를 돌아봐 : 기획을 마치고.

1. 있는 그대로 생각해봐 : 내가 생각한 케이팝 리스트는.

2. 이러다 미쳐 내가 : 선정, 취합, 배분, 촬영...

3. No.1 : 리스트가 담은 의미, 내가 담고 싶었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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