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22. 살아남아야 한다.
배정환
은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옷을 입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제과제빵학원으로 들어갔다. 원장이 은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장님이 무슨 알바야?”
“그렇게 됐어요. 가게세라도 내려면 뭐라도 해야 해요.”
“알아는 보겠지만 요즘 다 어려워서.. 정 어려우면 폐업하지 그래?”
“프랜차이즈 정책상 폐업도 맘대로 되지 않아요.”
"이놈의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자기들 손해가 없어!”
원장은 은지 편을 들어주며 커피를 손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내일 새벽부터 공장으로 오면 된다네."
"고마워요."
"돈도 좋지만, 항상 몸 생각하며 일해. 걱정된다."
은지는 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학원을 나왔다.
원장의 소개로 은지는 멀지 않은 새벽 빵 공장으로 향했다. 안내를 받아 반죽하고 숙성하는 곳으로 배치받았다. 오전 10시까지 일하고 자신의 빵 매장으로 바로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고 파티셰가 만들어 놓은 빵을 전시했다. 나가서 벌어 파티셰 월급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사장님 피곤하시면 잠시 쉬었다 오세요. 여기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아니야. 수연 씨도 피곤할 텐데. 같이 거들어야지.”
은지는 기다리는 사업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도 상품 판매를 위해 어깨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간 적이 있다. 가게 앞에 가판을 만들고 앞치마를 졸라맸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빵을 맛보라고 찍어주었다. 아무래도 맛을 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씩 집어갔다. 어떻게든 매출을 늘려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저녁 10:00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태성이 먼저 퇴근하고 들어와 수민이를 씻기로 있었다.
“새벽에 나가서 지금 들어오는 거야? 좀 적당히 해라! 그러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당신은 신경 쓰지 마, 내 사업이고, 내 일이야! 그냥 걱정 없이 살아!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안 할 테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은지는 더 이상 싸우기 싫었다. 먼저 방으로 들아갔다.
공장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많은 빵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문득 어디서 받는 곳이 있으니 나가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가는 곳에 직접 영업을 하면 되겠다. 은지는 매장으로 돌아와 주변 카페 리스트를 뽑았다. 그리고 카페에서 잘나가는 빵을 몇 개 포장했다.
“어디 가시게요?” 파티셰 수연이 물었다.
“이제부터 내가 나가서 영업을 해야겠어. 멀리 가지 않을 거니까 일 있으면 내게 연락 줘.”
은지는 가까운 카페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명함을 주었다.
“매장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제가 따로 만드는 빵이라서 저희 상표는 없이 제공됩니다.”
카페 사장은 그러잖아도 디저트를 늘리려고 마음먹었는데 잘 되었다고 했다. 첫 납품 계약을 맺었다. 하루에 기껏해야 몇십만 원 들어가는 양이지만 절로 웃음이 났다.
그렇게 몇 군데를 돌고 세 군데 계약을 맺었다. 은지는 돌아와 빵 공장에 전화를 했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반죽을 하고 빵을 만들었다. 그리고 차에 실어 카페에 가져다주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희망이 보였다.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결재하기로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 00 카페인데요. 맛있는 빵을 저렴하게 제공한다고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누가 그런 소개를?”
“윤태성 과장님이 자기 회사도 여기서 받는다며 안내해 주시던데요.”
상대방 남성은 공단의 중소기업이라 소개했다. 간식으로 제공되는 빵과 우유를 납품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히 됩니다.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
감사한 마음과 함께 뜨거운 뭔가가 단전서부터 올라왔다. ‘무심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