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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Jul 15. 2024

39. 행복의 조건

태성과 은지는 현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도성과 수민이가 사업을 이어받아 시너지를 내보기로 했다. 삼촌 도성과 조카 수민이가 회사를 이끌어 가기로 했다. 태성은 도성에게 물어 아버지의 묘를 찾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강릉쪽 공동묘지를 찾아갔다. 소주와 약간의 안주, 과일을 사 들고 언덕을 올랐다. 과일을 공손히 깎아 작은 비석 앞에 두고 술을 따랐다.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가 시원해 보였다. 아버지를 향한 미움을 품고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가? 회사를 이끌어 보니 알 것 같았다. 사람을 부리는 일도 어렵고,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도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회사라는 테두리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마저 행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버지도 기업을 운영하시며 외롭고 두려웠으리라. 집에서 살림만 하고 남자만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답답했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맞고 틀리고를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각자의 삶은 계속 진행 중이다. 태어났으면 죽을 때까지 완주해야 하는 운명만이 존재하는 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만족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태성은 이제 모인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의 행복한 삶을 원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원했을 것이다. 이제 태성도 받아들이고 자기 인생을 살기로 했다. 


태성은 강릉에서 돌아와 은지와 마주했다.

"우리도 이제 남을 위해 살아보는 건 어떨까?"

은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어 수척해진 얼굴이지만, 처음보다는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태성과 은지는 기업인을 위한 강좌를 만들고 컨설팅, 강의하는 일을 시작했다. 은지의 회사 이름이 한몫했다. 많은 사람이 모였고, 은지와 태성은 무료 컨설팅을 시작했다. 자기 회사를 운영할 때보다 남을 도울 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몸으로 깨달았다. 태성은 글쓰기 강좌에 등록해서 책을 내보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방법은 책과 강의를 이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인세 수입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은지가 말하는 것을 받아적어 태성이 편집하고 고쳐 글을 완성해 나갔다. 은지와 함께 쓰고 고치는 시간이 많아졌다.

"뭐든, 이렇게 함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제 알았네."

은지는 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뭐 하는지가 왜 그리 중요했을까? 뭐든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야."

출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출간하는 날 저자 사인회에 많은 직원이 찾아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컨설팅을 받은 제자들도 찾아왔다. 도성이 작은 신문사 기자도 불러온 모양이다. 인터뷰를 짧게 하며 은지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태성과 은지는 기업인에서 출간인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가족사진을 찍겠다는 기자의 제안에 도성과 수민이를 뒤에 세웠다. 수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모인 가족이다. 태성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은지가 태성을 보며 말했다.

"이런 울보가 어떻게 헤어지자고 했는지 몰라."

"나이 먹어서 그래."     


오랜만에 수민이와 도성이 찾아왔다.

"회사는 어때? 잘 되어가고 있어?"

"두 분이 없으니 더 잘되는데요."

수민이가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이제 두 분은 필요 없으니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세요."

은지가 대답했다.

"엄마는 회사 키우는 것이 재미있었어. 그런데 지나고 보니, 도성 씨 이하 직원들과 함께 키우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 이제 회사가 커지니까, 가족적인 느낌보다는 운영자와 직원 관계가 되어가는 것 같아 지치는 것 같다."

은지에 이어 태성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회사 이익의 5%는 기부 문화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엄마 아빠는 컴패션 후원을 하고 싶은데…. 작게 시작했지만, 조금 더 늘려서 회사 이름으로 늘려줬으면 좋겠다. 해외로 나가는 활동은 우리가 할 테니까."

도성이 먼저 대답했다.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좋겠는데요. 어차피 이제 사회적 환원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거든요."

"고마워. 우리 뜻을 이해해 줘서. 도성이도 이제 장가가야지... 이러다 늦겠다."

수민이가 나섰다.

"삼촌, 만나는 사람 있어요."

"그래? 언제부터."

"아빠, 꽃집 아줌마 기억하지? 아빠가 좋아했었던 아줌마 있었잖아…."

태성은 얼굴이 붉어졌다.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냥 옆집이라 잘해준 거지."

은지가 눈을 흘겨 태성을 바라봤다.

"그 아줌마 조카가 있어. 일 봐주러 몇 번 왔었거든, 그때 삼촌이란 썸이 있었지."

"자네는 일 안하고 연애 하고 있었어? 잘 못 봤구만. 성실한 줄 알았더니."

모두가 웃었다.     


한 달 후 태성과 은지는 도성과 수민이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에 섰다.

"한 달 정도 걸릴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수민이는 못내 엄마가 걱정된 모양인가보다.

"엄마, 무리하지 말고."

태성이 대신 대답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들어올 거야. 걱정하지 마."

도성이 태성에게 물었다.

"선물은 다 준비되었나요?"

"어 그래. 미리 보냈어. 이 사람도 아이들과 시간 보내면 더 힘이 날 거야. 걱정하지 마."

태성과 은지는 손을 흔들며 공항으로 들어갔다. 태성은 은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을 태운 비행기는 힘차게 날아올랐다.




39화가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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