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자요?
- 아니, 난 늦게 자는 편이야.
- 잘됐네... 잠도 안 오고 통화나 해요.
- 우리가 무슨 연인도 아니고, 밤늦게 뭐 할 이야기가 있다고?
- 오늘만 연인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이리 재미없어요?
- 알았어. 무슨 말할까?
- 선배랑 요즘 통화하다 보니까. 정말 옛날이야기가 궁금한데. 약속한 그 이야기 좀 해봐요.
- 무슨 말?
- 약속했잖아요. 다 이야기해 주기로. 현이를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 결국, 이야기하게 만드는구나.
- 자 이제 시작이군. 재미있겠다.
- 복학할 때였어. 복학신청서 내러 갔다가 너희 둘을 처음 봤지. 둘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놀랐지, '공대에도 여자들이 늘었네.' 하고 생각했거든. 그때 현이가 확 눈에 보이더라. 처음 인사했던 그때 기억나니? 현이가 수줍어하며 인사하는 모습에 정신을 놓친 거 같아.
- 그때 현이가 아주 이뻤죠.
- 공대에 이런 후배가 들어왔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 현이 미모는 선배들 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좋아했지요. 신기한 건 졸업할 때까지 한 명도 사귄 적 없다는 거예요. 그 좋다는 선배, 동기, 후배들을 다 마다했으니까요.
- 그러게 나도 들어본 적이 없네.
- 그럼 전 어땠어요?
- 넌 연구 대상이지. 기억나니? 넌 나를 보자마자 '복학생이구나!' 하며 인사했어. 대담한 건지? 건방진 건지? 뭐 이런 여자애가 다 있지? 하고 말이야.
- 그래 내가 그때부터 좀 막 나가는 스타일이긴 해요. 호호~~ 그래도 나 여성스러운 면은 있잖아요.
- 그래 맞아. 그때 너 짧은 스커트 입고 있었어. 내가 눈을 두기가 민망했어. 우리 연수가 스커트 입고 있으면 남자 선배들 마음이 설레었지. 요즘도 그렇게 입고 다니니? 설마 아니지?
- 뭐야? 여자 옷 입는 거까지 간섭이셔?
- 아니... 그러지 말라고.
- 나도 이제 30대예요. 그렇게 입어도 누가 봐주지도 않아요. 이젠 조신하게 하고 다니니까 걱정 마셔요.
- 현이는 졸업하고 어떻게 지냈니?
- 직장 생활하느라 바빴죠. 그런데 욕심이 많아서 더 공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자주 못 만났어요. 미국 회사를 선택했으니까, 특별한 일이 아니면 들어오긴 힘들 겁니다. 많이 섭섭하죠?
- 아니, 어차피 국내에 있어도 얼굴 못 봤는데...
- 그래도 한 번씩 만나보고 그러지 그랬어요.
- 그때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따로 만나는 건 어색하더라.
- 그럼 나랑 셋 이서 만나면 되잖아요. 학교 다닐 때처럼.
- 글쎄다. 그렇게까지?
- 솔직해서 좋네.
- 애구, 늦었다. 이만 자라.
- 그래요. 나도 낼 출근해야 해요.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