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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by 행동하는독서


부동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동네에서 10년 동안 전세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사람 좋은 주인이 10년 동안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으니 세입자는 이사 갈 필요가 없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전세금 9천만 원으로 27평 집을 10년 동안 살았다면 완전 혜자 아닌가? 집주인도 돈에는 큰 욕심이 없었나 보다.


다른 주인들은 2년마다 꼬박꼬박 세를 올리니 세입자가 여간 힘들지 않았을까? 못 맞추면 다른 집을 알아보든, 대출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세를 올리는 주인이 얼마나 미웠을까? 더럽고 치사해서 무리하여 집을 사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집주인은 뒷담화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거리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보니 상황이 그게 아니다. 집을 사려고 시세를 알아보니 1억 5천 하던 집들이 3억, 4억으로 올라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세금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도 어렵다. 전세도 그에 못지않게 올라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마음씨 좋은 집주인 밑에 있으니 돈을 모으지 못한 셈이다.


모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악착같은 주인 만난 사람들은 집 사고 시세에 맞게 살았다고 한다. 집주인이 고약한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는 말이다. 내 마음이 편하면 속도가 떨어진다. 쉬려고 마음먹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할 때 이러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만다.


노르웨이 어부들은 산지에서 도시까지 정어리를 산 채로 운송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죽은 정어리는 아무래도 시세가 떨어지고 만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천적을 같이 넣는 것이다. 메기를 넣으면 비록 몇 마리는 손해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정어리를 살려서 운송할 수 있었다. 이것을 우리는 <메기효과>라고 한다. 물론 너무 많은 메기는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적당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어야 긴장감을 유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욕심 많은 집주인 덕분에 비록 뒤에서 욕할지언정 돈을 모을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음씨 착한 사장 밑에 있으면 발전하기 쉽지 않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칫 나태해질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끌려가거나 매사 수용만 하는 부모는 아이를 망칠 가능성이 높다.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이나,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이나 비슷하다. 따라오는 사람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그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뒷받침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집주인이 키울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주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마운 사람이 있다. 지금은 꼴 보기도 싫은 존재라도 나중에 감사한 사람이 있다. 정령 상대의 의도는 아니었을지라도 감사한 결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좋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쁘다고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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