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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Aug 20. 2020

아픈 만큼 행복해질 수 있어요

삶의 모든 모양을 껴안고 살아가기

  문득 언제 이만큼 걸어온 걸까? 싶었다. 요즘의 나는 퇴사 직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느리고 온전한 삶의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한때 고난과 힘듦에 빠져 살았을 때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특히 나에게 주어진 고난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도를 많이 안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응당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고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런 식으로 문제의 원인을 내게 두거나 순응하는 자세로 살았지만 사실 마음을 공허한 상태로 내버려 두는 일이 잦았다. 한마디로 무책임하게 인생을 이어나갔던 것이다.


  퇴사 직후에 특히 우울하고 괴로워했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져서 스펙을 쌓지 못했던 것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서 객관적인 자기화가 불가능했지만 겨우내 삶이 원점으로 돌아온 후에 그 시간이 계속해서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재취업 시 나의 공백 기간을 어떻게 꾸며내야 할지 막막해서 자꾸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일이 잦았다.


  나는 삶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다시 주운 사람처럼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힘들었다. 지나온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 마음 새 뜻으로 사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기대하는 사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버텨왔고 그 과정에서 만남의 축복과 은혜의 순간들이 몇 차례 있어왔다. 일어섰다가 다시 무너지고 또다시 일어섰다가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지루한 일상을 특별하게 살아내기 위해 매일 감사한 것들을 찾았고 모든 일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한 노력은 어떤 때에 나를 즐겁게 했고, 또 어떤 때에 나를 힘들게 했다.


  노력한다고 해서 완전히 행복해질 수 없다면 그냥 다 놓아버릴까? 하는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음을 알았다. 언제나 그래 왔듯 모든 슬픔이 지나갈 것을 믿으며 잠잠히 살아가기를 택했다. 느리더라도 언젠가 기쁜 날이 오리라.


흘러가는 사람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해진 나는 비로소 '흘러가는 법'을 터득했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 안에 머무르긴 하지만 결국 잊히고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차마 흘러가지 않고 내 안에 남게 되는 작은 마음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싶어 무던히 애를 썼지만 그 경험은 내 삶과 마음에 남아 떠나질 않았고, 나는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순간이 닥쳤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나누는 것은 시간 아까운 일이라고.




  어려움을 지나고 오면 결국 그 일들이 모두 내게 유익했노라 고백하게 된다. 나는 회사 생활이 녹록지 않음을 깨닫고 더욱 준비된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고, 내가 거절을 못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고서 더욱 결단력 있게 삶을 살아내고자 소망하게 되었다. 또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온 마음으로 이해하며 그들과 함께 웃고 울 수 있었다. 힘들었던 시간들은 결국 나를 나아가게 했던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걸음에도 기쁨과 고난의 무게를 동일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이 다가와도 그것을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며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약속한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한 걸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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