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사귀기 : 썸과 고백
민수는 희정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 활짝 웃어 줍니다.
희정이도 민수에게 반갑게 대해 줍니다.
이제 민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로 모르는 사람 두 명이 1미터 간격으로 마주 보고 서 있습니다. 한 명이 갑자기 상대방 코앞까지 성큼 다가가면 어떨까요? 상대방은 아마 깜짝 놀랄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가 한 발자국씩 다가가면 어떨까요? 그리 놀라지 않고 가깝게 마주 보고 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을 사귀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서로 가까워지면서 친구보다는 더 가깝고 애인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흔히 ‘썸’이라고 말합니다. 썸은 영어 단어 섬싱(something: 어떤 것)에서 나온 말로 남녀 사이에 어떤 친근한 느낌이 있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것을 양쪽이 함께 느끼면 ‘썸을 탄다’라고 합니다. 썸은 친한 사이와 사귀는 사이의 중간 단계인 만큼 상대방에게 잘해 주려고 하거나 잘 보이려고 신경을 쓰곤 합니다.
속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서로의 단점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사람은 자기에게 좋은 사람입니다. 사람은 좋은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듯,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그 사람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사람을 갖고 싶다는 것은 그 사람과 특별히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썸 타는 사이에서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사람으로서 갖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친구가 되는 일은 서로 지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친구가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귀는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고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사귀게 됩니다. 음식을 먹거나 놀면서 느끼는 기분 좋고 나쁨은 얕은 감정이라서 표현하기 쉽지만, 좋아하는 느낌이나 사랑은 깊은 감정이라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오래 사귀는 사이나 부부 사이라도 상대방에게 사랑한다고 직접 말하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게다가 고백을 하는 일은 거절당할 수도 있기에 그 어려움이 더욱 큽니다. 고백을 받는 사람 역시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느낍니다. 서로 사귀려면 이런 부담스러운 일을 양쪽 모두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귀는 데 고백이 필수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런 부담스러운 고백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로 썸을 타고 있더라도 자기 진심을 전하고 상대방 진심을 알려면 말을 주고받아야만 합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라도 상대방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자기 멋대로 상대방 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게다가 ‘서로 매우 많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너무 가까워 둘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낄 수 없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고백은 이런 다짐을 하고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백할 때는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어떻게 말을 할까, 거절과 승낙 어떤 결과가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단한 선물을 사거나, 말을 굉장히 잘한다거나, 승낙할 만한 멋진 이벤트를 만든다거나’ 같은 방법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고백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거기에 다른 어려운 일까지 더해지면 사귀는 일은 대단한 사람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누구나 사람을 사귈 수 있으며 고백 방법 역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상대방 마음을 보는 법을 ‘관심법’이라고 합니다. 관심법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있는 능력입니다. 상대방이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완벽하진 않아도 상대방 진심을 상당히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선물이나 말재주가 없어도 자기 진심을 그대로 말할 수만 있다면 훌륭한 고백 방법이 됩니다. 고백 자체가 대단한 것이기에 굳이 일부러 꾸밀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면서 정성을 더 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고백은 상대방에게 OX를 선택받는 자리지만 회사나 학교의 면접 시간이 아닙니다. 고백은 꽉 닫힌 문 앞에서 “문 좀 열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반쯤 열어 놓은 문 앞에서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것과 가깝습니다. 고백은 아는 사이로 시작하여 친한 사이를 지나 썸을 타다가 우리가 매우 매우 가까운 것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면 고백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닌 기대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조금 아는 사이에서 바로 고백하면 심각하게 어려운 일이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우리 집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것이나 그것을 허락해 주는 것이나 모두 상식적인 일이 아닙니다.
고백하는 사람이 고백받는 사람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더 많은 부담이 듭니다. 그만큼 고백하는 쪽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백하는 사람은 남자 여자를 따질 필요 없이 사랑이 더 큰 쪽이 하면 됩니다. 그리고 고백받는 사람은 허락과 거절을 선택하는 쪽이라서 자기가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백하는 사람의 사랑이 좀 더 크고 그 사람이 용기를 더 낸 것일 뿐입니다. 고백받는 사람은 거절하더라도 상대방의 이런 점은 알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고백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무례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고백하는 일이 잘되었다면 다른 사람과는 사귀지 않겠다는 다짐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 사귀는 사이의 매너입니다. 서로 지내다가 사귐을 그만두더라도 사귈 때만큼은 둘 사이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을 사귀려면 사귀던 사람과 먼저 끝내는 것이 순서입니다. 고백할 때 이런 약속을 해야 서로 안심하게 되고 무책임한 행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친구는 여러 명이 될 수 있지만, 애인은 한 명만 돼야 합니다.
민수는 희정이와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습니다. 민수는 그날 말끔하게 차려입고 희정이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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