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섶(3/6)

[쉼 소설]

by stamping ink

3. A


세 친구 사이에 끼어 앉은 민은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고 셋의 성격을 다 읽혔다. 세 친구는 모두 성향이 다른 친구처럼 보였다. 수직 같은 A와 수평 같은 B사이에 C가 곡선처럼 메우고 있는 균형 잡혀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의자 사이에 테이블을 펼치고 멀지 않은 여행길에 이야기를 위해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꺼냈다. 모두 동갑내기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오가는 대화 속에 네 사람은 무람없어졌다.


“남자는 왜 이리 나이가 들면 여자 같아지지? 요즘 우리 남편은 나보다 더 드라마에 빠져 산다니까? 심지어 질질 짜기도 하더라고. 기가 막히더라. 예전에 기센 남자는 어디 가고 언니랑 살고 있는 것만 같다니까?”

귀여운 단발머리와는 다르게 막힘없는 말투의 A의 말이 시작하며 가방 안에서 맥주 네 캔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B는 그중 하나를 집어 민에게 건넸고 어물쩍거리는 사이 맥주 캔 입구에서 하얀 거품이 올라왔다. C는 명품가방 속에는 어울리지 않는 과자봉지를 꺼내 테이블에 뜯어 펼쳤다. 건배 제의 없이 그저 음료를 마시듯 권유 없이 서로 자신의 맥주를 들이켰다.

“에이. 미지근해졌네. 바로 사 들고 타도 이 모양이네. 맥주 드실 수 있죠? 맥주는 음료잖아요. 혹시 술 하나도 못 하시진 않죠?”


민은 조용히 창문 쪽으로 고개 돌려 맥주를 한입 담았다.

“잘 드시네요? 주량이 세신가 보다.”

“아니에요.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한 캔도 다 못 마시고 취할 때도 있고, 많이 마셔도 안 취할 때도 있더라고요. 고무줄 주량이에요.”

인상 하나 안 쓰고 맥주를 넘기는 민을 바라보며 B가 웃으며 캔 하나를 더 내밀었다.

“오늘이 그 잘 받는 날이신가 보네요. 저희도 다 마시지 못하면 내릴 때 짐이 되니 부담 없이 가볍게 같이 마셔요.”

민의 목으로 맥주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A는 털털하게 맥주를 입에 털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쥐꼬리 월급이라며 주식해서 날려 먹고, 투자해서 날려 먹으며 그렇게 회사에 부정적으로 말해대더니 요즘은 정년퇴직까지 못 버틴다며 걱정을 그렇게 해더라. 아이 어렸을 때 그렇게 직장을 나가려는 나에게... 뭐? 월300 아니면 나가지 말라 하더니... 며칠 전에는 진짜 진지하게 권고사직이 들어왔나 봐. 어른들께 말도 못 하고 아이는 아직 한창 크고 있고. 남편 때문에 답답해 죽겠어.”

A는 맥주 한 캔을 물 마시 듯 입에 부어놓고 캔을 쥐어 꾸겼다. 우지끈 소리를 내며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캔을 옆에 밀어두고 갈증이라도 난 듯 두 번째 캔을 연거푸 들이켰다.


“많이 실패하죠. 저희 남편도 그래요. 부모님께 저 몰래 약간의 빚도 만들어뒀나 보더라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남편 나이대의 남자들은 퇴직 준비를 많이 하고. 저도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어요. 불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조차 답답하기도 해요.”

민의 위로에 A는 잠시 민을 바라보았다. 진심이 섞인 민의 눈빛을 보고 바닥을 향해 한숨을 쏟아냈다. 지켜보던 B가 이야기를 했다.


“남편을 이해해야지. 그동안 얼마나 많이 고생했니? 서로 이겨가는 법을 찾으면 되지. 이런 시련 결혼생활에 한두 번이겠니?”

B의 말에 A가 발끈했다.

“너는 네 일 아니라고 그러더라? 너도 남편 일 그만둔다고 생각해 봐. 여태 살림하던 너는 식당에서 설거지라도 해야 할 판인데 할 수 있겠어?”

“당연한 거 아냐? 나라면 뭐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설령 설거지하러 식당에 갈지라도.”

B의 단호한 말과는 달리 그녀의 손에 반짝이며 값나가는 네일아트 파츠들은 그녀의 말에 힘이 되어주진 못했다.

“흥분하지 말자. 우리 좋게 여행 왔잖아. 힘들게 시간 내어 나온 자리잖아.”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의 C의 말을 둘 다 들은 모양인지 서로 자세를 고쳐 등을 지고 앉았다.

“민이 씨의 여행에 안 좋은 기억이 될까 미안해요.”

맥주 캔을 따며 B가 민에게 말을 했다.


“그래. 누구든 고민은 있겠지.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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