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 고장

[민원 이야기] 발급번호-011

by stamping ink

액정이 심하게 훼손된 휴대전화를 고민 끝에 최신 기종으로 교체를 했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고성능 최신 휴대전화로 얼리어답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망각에 구매의 욕망이 들끓었다.

최신폰을 쥐는 순간 짜릿했다.

할인 프로모션과 할부와 지원금 정책이라는 달콤한 대리점 직원의 거미줄 같은 설계에 나는 불나방처럼 36개월 계약서에 사인을 남겼다.


휴대전화 3년 생존설에 따르면 36개월이 지난 시점이 되면 귀신같이 고장 증상이 발생한다는 설이 있다.

나의 전우 같은 지난 전화기는 3년을 넘어 5년이나 함께해 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했던 친구였던가.

보내는 아쉬움은 컸지만 새로운 폰과 영원히 함께 하기로 작정하고 다시 새로운 폰을 맞이했다.

초고속 시대에 맞추어 놀라운 새로운 기능이 많이 탑재되었다.

제일 요긴하게 사용하는 기능은 카메라 얼굴 인식으로 인증을 하여 휴패전화를 잠금 설정해 두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이 기능의 성공률은 현저히 낮았다. 아무리 눈을 맞추어도 패턴이 풀리지 않았다.

점점 인식 성공률이 떨어졌다.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휴대전화에 내 얼굴을 인식시키려 애쓰는 모습에 딸아이가 지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휴대전화한테 친구라 불러대더니 둘이 똑같네. 사람 얼굴 못 알아보는 거는..."


그렇다. 휴대전화의 얼굴 인식 오류가 나에게도 있다. 사람의 얼굴을 번뜩이며 한 번에 알아채면 좋으련만 낮은 인식률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런 내가 민원담당자를 하고 있으니 간혹 당혹스러운 일이 생기곤 했다.


본인 볼일이 있어서 오후에 서류를 받을 테니 천천히 업무 보라며 떠난 사람이 미용실이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오면 누구인지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하고 어리둥절 댄다.

"어떤 일로 오셨어요? 민원 신청하러 오셨나요?"

"아까 신청한 서류받으러 왔어요."

분명 아까까지는 모자를 눌러쓰고 왔는데 한껏 화장을 하고 나타나니 인식오류가 발생했다.


또한 사복 입은 학생처럼 보이는 학생에게 "무슨 일이니? 뭐 필요한 게 있어서 왔나요?"하고 응대하고 나서 신청서에 쓰인 나이가 나와 비슷한 또래라는 걸 알게 될 때 오류작동의 원인이 된다.

절대 동안들... 조심해야 할 사람이다.


역으로 빠른 성숙 또한 식은땀 방출의 요주인물이다.

기껏 존댓말과 자녀의 서류인 줄 알고 묻다가 보면 본인 서류라 한다.

오류를 일으키는 함정은 무궁무진하다.


식은땀을 한 통 즈음 흘리는 시간이 지나면, 재방문자를 한 번에 걸러내지는 못하지만 얼굴만 봐도 무엇 때문에 방문을 했는지 오류 없이 해결한다.

사무실 밖의 발자국 소리에도 먼저 반응을 한다.

"민원인 왔나 보네."

혼잣말에 어김없이 사무실 문이 열리고 민원인이 다가온다.

옆에 직원들이 조용히 엄지를 세워 사인을 보내준다.

오류를 극복해 내는 담당자로써 정상은 아니더라도 중턱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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