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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Jan 24. 2023

눈(빨주노초파남)보라

제주의 날씨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알았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완전히 모르겠다. 겨울이 끝났다 생각했을 무렵, 하늘을 덮친 눈보라. 이 정도로 내린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눈이 왔다. 하지만, 이 눈은 내게 오늘만큼은 무지개 같았다.


날씨가 짓궂으면 어떠한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날씨는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분명 혼자 있었더라면 너무나도 싫었겠지.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고 말했겠지. 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라면,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면 날씨는 상관이 없다.



함덕에 고립되었다. 잠깐 나갔다가 만난 폭풍 같은 눈보라에 집으로 복귀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 순간마저 웃겼다. 왜인지 행복했다. 모든 게 괜찮다며 그저 웃음으로 가득 채웠던 우리. 함덕에서 회 한 접시로 보내는 하루는 꽤나 영화 같았다. 제주에서 이제는 여행의 기분을 못 느낄 거라 생각했던 마음도 바뀌었다. 충분히, 또 여전히 제주는 재미난 곳이었다. 모든 게 이상하리만치 무지개 같던 순간.


눈보라가 만든 환상이었을까.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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