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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볼보

by 황준선

볼보를 선택한 사람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볼보 이야기가 나오면 댓글이 정형화되어 있다.

"안전하긴 하지",

"튼튼하다더라",

"좀 밋밋하긴 하지만".


이런 반응들이 볼보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볼보자동차 구매자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성능, 디자인 이상으로 차량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볼보를 고르는 사례가 많다.

이건 단순한 기능적 선택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선택이다.


조용한 자신감

볼보를 모는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은 조용함이다.

새 차를 샀다고 해서 SNS에 인증샷을 올리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만난 아는 사람이 "새 차 샀네?"라고 물어보면 "응, 그냥 바꿨어"라고 담담하게 답한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도구다.

매일 출근하고,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주고,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를 위한 도구.

그래서 묻는 질문도 다르다.


"이 차 몇 년이나 탈 수 있을까?",

"사고가 나면 정말 안전할까?",

"AS는 어떻게 되나?"


흥미롭게도 이들은 운전대를 잡으면 더욱 신중해진다.

차선 변경 전에 사이드미러를 두 번 확인한다.

신호등 앞에서 급정거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속도를 줄인다.


안전한 차를 선택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운전하기에

진정한 안전이 완성된다.


검증된 것에 대한 신뢰

볼보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 흥미롭다.

이들은 '검증된 것'을 선호한다.

옷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 위주로 산다.

음식점도 새로 생긴 핫플레이스보다 오래된 맛집을 찾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최신 기술이나 화려한 디자인보다 오랫동안 검증된 기술을 믿는다.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덜어내기'에 더욱 신경을 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단점이나

애초에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에 방점을 두지 않기에

그닥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과 실용성 중심의 사고

볼보 오너들과 대화해보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아이들 태우고 다니려면 안전해야지",

"가족이 타는 차인데 무리하면 안 되지".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또한 이들은 실용적이다.

차를 고를 때도 "실제로 쓸 일이 있나?"를 먼저 생각한다.

8인승이 필요한지, 사륜구동이 필요한지, 선루프가 필요한지 꼼꼼히 따진다.


볼보 매장에서 상담받는 모습을 보면 특징적이다.

이들은 브로셔를 꼼꼼히 읽는다.

연비, 안전 등급, 보증 기간, 부품 수급 같은 현실적인 정보들을 묻는다.


시승할 때도 주차, 후진, 코너링 같은 일상적인 상황들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한다.


과시보다 만족

볼보를 탄다고 해서 우월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선택을 했다"는 만족감을 갖는다.

동료가 새 차를 샀다고 부러워하지 않는다.

유행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볼보가 좀 심심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나는 마음에 들어"라고 답한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는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기준이 더 중요하다.


조용한 브랜드 충성도

볼보 오너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한 번 볼보를 타면 다음에도 볼보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브랜드 팬클럽을 만들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만족한다.

지인이 차 추천을 부탁하면 "볼보 한 번 봐봐"라고 담담하게 권한다.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맘에 들고 말고는 실제로 사는 사람이 선택한다고 믿으니

굳이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

'볼보=안전한 차'라는 인식이 자동차 소비자 사이에 확산된 영향이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볼보가 안전해서 사고가 적은 것일까,

아니면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볼보를 선택해서 사고가 적은 것일까?


실제로 볼보 오너들의 운전 패턴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이들은 실선에서 차선 변경을 하지 않고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면 멈춘다.

과속을 하지 않는다. 급출발, 급정거를 하지 않는다.

운전할 때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끼어들기에 관대하기 때문에

끼어들 일이 있으면

볼보차 앞에서 끼어들면

잘 끼워줄? 것이다.


애초에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볼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차가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전자 자체가 안전 지향적이기 때문에 더더욱 사고가 나지 않는다.


이들의 선택은 조용하지만 확고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

볼보라는 브랜드가 이들의 이런 성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차와 운전자가 서로를 선택한 완벽한 매칭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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