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란 무엇인가

by 봉천동잠실러

2026. 1. 19. (월)


브런치에 글을 쓴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시간이 쌓이며 켜켜이 쌓인 글들이 마치 퇴적암처럼 우리 가족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듯해서 좋다. 글을 쓸 때만 해도 둘째가 엄마 뱃속에 있었는데, 어느덧 생각지도 못하게 셋째가 100일을 훌쩍 넘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를 떠올려본다. 애지중지 키우던 첫째 딸이 아기처럼 행동하고 예민함이 높아져서 고민이었다. 사람들이 퇴행(退行)이라고 부르는 것에 부모로서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렇게 고민하고 저렇게 고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온다.


다 지나갈 것을.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존재가 너무나도 당연한 남매가 되어갈 것을.


(위 글은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썼던 글인데, 은은한 막막함이 서려있다.)

이젠 둘도 없는 콤비가 된 첫째와 둘째



셋째 태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첫째와 둘째가 막내 동생인 셋째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4살 차이 첫째는 셋째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였다. 아마 이미 둘째를 맞아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가 집에 오자마자 '작다'고 신기해하며 동네방네 자랑하고, 무엇보다 동생이 '2개' 있는 사람은 유치원에 자기뿐이라며 어깨가 으쓱하곤 했다 (게임 아이템이 아니라니까).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 셋째를 보면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볼에 뽀뽀를 해주곤 하는데, 엄마가 자신에게 아침마다 해주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셋째에게 하는 것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둘째는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누나가 앞서 막내를 예뻐하니 겉으로는 누나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한다. '아이 예뻐'하며 볼을 쓰다듬고 뽀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묘하게 발로 쓱 막내를 밀거나 볼을 만지는 손의 힘이 강할 때가 많다. 견제 한 컵에 사랑 한 스푼이랄까?


그리고 원래 무던함의 대명사이던 둘째는 셋째가 태어난 전후로 부쩍 예민해졌다. 특히 엄마를 찾고 안기고 하는 행동이 굉장히 잦아졌는데, 엄마가 수유 중이거나 아빠가 엄마 대신 나타나면 엄청난 분노와 짜증을 내곤 해서 요즘 자주 혼나곤 한다.


(둘째 100일 남짓에 썼던 글. 저 둘째가 이젠 형이 되었다니)



예뻐하다가도 은근히 머리밀기 시전 (Feat. 주먹 쥐고 안 밀리는 셋째)
엄마만 보면 품 속에 파고드는 둘째


이제는 안다. 다 지나간다는 것을


첫째와 셋째 사이에 낀 둘째 찰떡이가 내심 안쓰럽다. 위로는 드센(?) 누나한테 눌리고, 고개를 돌려보면 사람들이 작고 예쁜 동생을 예뻐하고 있으니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대장은 아닌데 막내도 아닌 그 애매한 위치를 만 2살 아이가 자연스레 감당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그래서 둘째의 요즘 모습을 '퇴행'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저 본인의 속도와 방식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뿐인가? 남동생이 둘이나 생긴 첫째도 K-장녀가 되었고, 아내와 나도 세 아이를 키우는 다자녀 부모가 되었다. 막내는 세상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알아가는 중이고.


우리 다섯 가족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서로를 맞이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크게 마음 다치지 않고, 다치더라도 서로 보듬어주며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몇 년이 지나 이 글을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때 즈음이면 지금 첫째와 둘째처럼 세 아이가 서로의 존재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티격태격 삼총사로 우르르 몰려다니려나.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의 이런 고민조차도 그리워하려나.


모를 일이다.


잘 지내보자 삼총사들:)
그나저나 아빠는 다리가 두 개뿐인데 2년 후에는 어떻게 매달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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