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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게] 삶의 마지막은 숭늉처럼..

소화엔고소한숭늉색

by 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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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에 가면 가마솥 밥을 짓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주던 할머니의 손길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돌솥밥집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누룽지이지요.


오늘은 입맛이 없어서 물에 밥을 말아먹으며 아이에게 누룽지 이야기를 해줄까 합니다.

예전에는 쌀이 모자라 불려서 먹었고, 찬이 모자라 국물과 함께 배를 빨리 채우려 했던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좋은 이야기로 포장해줘야 할까요. 조금 망설여지긴 합니다.


숭늉의 고운 갈색은 과학적인 반응의 결과입니다.

누룽지는 밥이 솥에 눌어붙어 고온에서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만나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형성됩니다.

이때 생기는 멜라노이딘이라는 갈색 색소는 항산화와 항균 작용을 가진 물질입니다.

따라서 숭늉은 맛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로운 성분이 담긴, 전통의 지혜가 담긴 음료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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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소화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지요.

밥의 마무리를 숭늉으로 하는 전통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덱스트린 성분은 전분이 분해되며 생기는 이 성분은 소화를 촉진하고, 숭늉 특유의 고소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식이섬유와 아미노산은위장을 편안하게 해 주고,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인 성분들입니다. 알칼리성 완충 작용이 되어 나트륨이 많은 식사를 한 후, 몸속 산성도를 중화하는 데에도 숭늉은 도움이 됩니다.


식사 후 한 모금의 숭늉은 입 안을 깨끗이 헹구는 동시에,

위까지 부드럽게 감싸주는 전통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크릴아마이드 주의해야 합니다. 누룽지를 과도하게 가열하면 발암추정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열시간은 5분 이내가 적절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혈당이 높은 분들!!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누룽지의 혈당지수(GI)는 약 72로,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으므로 당뇨 환자에겐 주의가 필요합니다.


숭늉은 한 끼의 온전한 완성입니다.

뜨겁게 끓는 불에서도 마지막 한 톨을 놓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끓여내는 마음.

우리는 그 온기에서 정리하는 삶의 자세를 배웁니다.



“삶은 끓는 밥솥처럼 요란하지만, 마지막 숭늉처럼 고요하게 남는다”
가장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감싸 안아야 비로소 진짜 끝이 되는 것이라고.


우리도 그렇게,
하루를, 한 일을, 한 관계를

숭늉처럼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휴가 끝났네요.

주 4일을 경험하니 좋긴 합니다.

그래도 분명, 장단점이 있기에.... 너무 해이해지지 않도록 워라밸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이미지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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