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반사광택실버별색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조용히 하루의 문을 열어주었다.
"7월 14일, 오늘은 실버데이입니다."
처음 듣는 단어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멈칫했다.
왜 하필 ‘은빛’일까? 왜 ‘오늘’일까?
출근길 창밖으로 지나가는 회색빛 건물 사이로
햇살이 반사된 창틀이 은처럼 반짝인다.
도심의 바쁜 소음 속에서도, 실버데이라는 말은 마음 한 구석을 묵직하게 울렸다.
금보다 화려하지 않고, 동보다 무겁지 않은 은.
실버는 그저 중간의 금속이 아니다.
그것은 균형, 성숙, 신중함의 색이다.
은은 시간이 지날수록 윤을 잃는다.
그러나 다시 닦으면, 처음처럼 고요한 빛을 낸다.
우리의 감정도, 관계도, 그렇다.
실버데이에는 연인끼리 은빛 반지나 소품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은’ 자체보다 그 교환의 의미다.
반지는 닳지만, 말은 남는다.
은빛 선물은 결국 함께 걷는 관계에 대한 선언이다.
실버는 일반적인 색과 다르다.
색이라기보다는 빛의 반응, 금속의 물리성, 그리고 기억의 반사에 가까운 존재다.
디지털에서는 RGB(빛의 삼원색), 인쇄에서는 CMYK(잉크의 4원색)로 색을 표현하지만,
실버는 이 기본값으로 구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버는 언제나 ‘별색(spot color)’으로 취급된다.
쇄에서 실버는 C(청), M(자홍), Y(노랑), K(검정)의 조합으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버의 본질은 ‘색’이 아니라 ‘광택(reflective surface)’이기 때문이다.
금속 안료(PMS 877)를 사용해야만 실버의 메탈릭 질감이 나온다.
이는 빛의 산란(Scattering)과 반사(Reflection)를 그대로 종이에 담기 위한 기술이다.
실버는 단지 회색이 아니다. 빛이 움직일 때 반응하는 ‘동적인 색’이다.
즉, 실버는 ‘고정된 색’이 아닌, 상대적인 빛의 움직임을 품은 색이다.
실버는 금(gold)처럼 욕망을 상징하지 않는다.
대신, 성숙함, 절제, 반성, 그리고 다시 빛나는 가능성을 상징한다.
금이 "성과"를 말한다면, 은은 "과정"을 말한다.
금속 재질을 따라할 수많은 실버는 ‘빛나기보다 빛을 통과시키는 색’인 것 같다.
또한 실버는 무채색에 가까운 금속이지만,
그 속엔 빛, 감정, 그리고 미래가 반사되어 있다.
“실버는 말을 하지 않지만,
당신이 어떤 빛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 박영심 디자인씽커 _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 SDGs목표 12.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실버는 과잉 소비보다 순환과 재사용을 강조
| SDGs목표 9. 산업·혁신·인프라 금속 실버는 전자산업의 미세 회로, 에너지 전환 장치의 핵심 자원.
| SDGs목표 13. 기후 변화 대응 실버 코팅은 태양광 반사율을 높여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
*SDGs와 디자인에 대한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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