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갈색큐트기니피그색
오늘도 아이와 도서관에 갔습니다.
책을 고르던 아이가 갑자기 제 옆에 다가와 귓속말을 합니다.
“오늘은 무슨 색 글을 썼어요?”
"아직~(쓴 미소를 지으며..)"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동물이 있는데, 말해도 돼요? 컬러카드와 글 써줄 거예요?
.
.
.
그건… 기니피그야!”
처음엔 무슨 색을 말하는 건가 싶었지만,
아이가 손에 꼭 쥐고 있는 동물도감 한 권을 보자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는 책에서 기니피그라는 하루의 색이자 마음의 친구를 만났네요.
참 기쁜 일입니다.
"엄마, 얘는 왜 기니피그야? 돼지도 아닌데?"
아이의 질문은 언제나 날카롭고 호기심 가득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의 이름에 대하여
아이도, 저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사진을 찾았는데 제가 봐도 너무 귀여운걸요.
물론 잘몰라서 유투브로 여러개를 시청했지요^^;
이 작은 털북숭이 친구는 왜 ‘기니피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기니피그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에서 처음 길들여졌습니다.
그곳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고, 거친 바위들이 많은 환경이죠.
그래서 기니피그는 보온성과 위장을 위한 털색을 지니게 되었어요.
기니피그는 사실 ‘기니’(Guinea)도 아니고 ‘피그’(Pig)도 아니에요.
기니피그는 남아메리카, 특히 안데스 산맥 지역(지금의 페루와 볼리비아 등)에서 유래한 동물입니다.
현지에서는 ‘쿠이(Cuy)’ 또는 ‘쿠이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식용, 제사, 교감용 동물로 함께해 왔습니다. 심지어 식탁에 올라갔다는 소리예요.
그런데 왜 이름에 ‘기니’와 ‘피그’가 붙었을까요?
기니(Guinea)는 유럽의 상인들이 남미에서 들여와 아프리카 해안(기니만)을 거쳐 왔다고 해서 붙은 지명설이고, 당시에 사용되던 영국의 통화 단위 ‘기니(Guinea coin)’만큼 비싸서 그렇게 불렸다는 설도 있답니다.
피그(Pig)는 통통하고 귀엽게 꿀꿀거리는 모습 때문에 생긴 애칭. 실제로는 설치류예요!
햄스터, 쥐와 친척이죠. 이렇게 말해주니 화들짝 놀라며 역시 다람쥐도 닮았고~
햄스터도 닮았다고 좋아합니다.
기니피그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털색을 갖고 있어요.
흰색, 갈색, 검정, 주황, 회색은 물론이고, 이 색들이 뒤섞여 얼룩덜룩하게 나타나기도 하죠.
심지어 털의 길이와 결, 곱슬거림, 무늬의 위치도 제각각이에요.
그 이유는 바로 유전자 때문이에요. 털 색은 멜라닌 색소와 유전적 조합에 따라 결정돼요.
부모 기니피그의 유전자가 서로 섞이면서 새로운 무늬가 생겨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도 완전히 다른 색을 가질 수 있어요.
기니피그는 자연이 만든 작은 유전자 실험실같네요.
흰색은 멜라닌 결핍에 열성 유전자입니다.
순수하고 새 출발을 하기 좋은 사랑스러운 색이지요.
그런데 우성이 아니라 열성이네요. 사람의 유전자와도 비슷하지요.
갈색은 진한 멜라닌 색소이고 우성 유전자입니다. 안정과 따뜻한 의미를 가지지요.
검은색은 높은 멜라닌 농도예요. 자립의 의미를 가집니다.
흰색 갈색 검은색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한 유전자의 조합도 있는데 암컷에서만 안정적으로 나타나서
유전자 지도 연구에도 이용한다고 하네요.
초식동물인데 비타민 C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식단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해요.
또 기니피그는 무리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에요.
사회성이 뛰어나고, 외로움을 잘 타요.
혼자 오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기니피그와 함께할 때는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친구나 사람의 돌봄이 꼭 필요해요.
기니피그는 주로 저녁과 이른 아침에 활동적이랍니다.
아이가 책으로 만났지만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상의 동물이네요.
믿기지 않지만 따뜻함을 공부한 하루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강아지나 고양이에 대한 함께하고픈 로망이 기니피그로 대체된 것이 아닐까.
아이의 눈빛에서 시작된 오늘의 글은, 작고 부드러운 생명의 색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작지만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생명이네요.
지속가능성, 다양성, 공존과 책임이라는 키워드는 인간도 마찬가지니까요^^
+ 박영심 디자인씽커 _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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