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맞지 않았다.

#글#에세이#일상#청춘#사랑

by 공영

만약 그때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한창 실연의 아픔으로 몸과 마음이 말라가던 그때,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우며, 불면의 밤을 술에 취해 보내던 그때, 눈을 뜨고 있을 때면 기타를 치며 김광석을 노래하고, 잃은 마음을 어떻게든 달래 보려 매달 삶의 이유를 어지로 만들어 놓았던 그때, 그때 너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설령, 내게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지 못해 너를 만났다 했어도, 나는 너를 잡았으면 안 되었다. 잃은 사랑의 아쉬움을 너를 통해 갈음하려 했다. 그렇게 내 죄는 시작되어 버렸다.


나는 네가 내 행복의 길이라고 믿었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랬기에 너를 사랑하게 된 후, 내게 잃어 난 모든 불행도 행복을 위한 밑거름이라 믿었다. 그러나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난 그 사실을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미 물은 한참 전에 엎질러진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넌 애초부터 나를 밀어냈었다. 마음이 나와 같지 않았겠지. 하지만 넌 내가 매달리면 내게 잡혀주었다. 그건 너의 잘못이었다. 내게 그런 너의 모습은 나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다가왔기에. 너의 그런 이기적인 행동이 한 집안을 절벽으로 떨어뜨렸다.


난 너와 결혼을 했고, 끊이지 않는 너의 거짓과 무책임 속에서도 난 너 하나만 믿고 버텼다. '정말,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감은 있겠지, 그래도 설마, 아내와 아이가 있는데 정말 최악은 아니겠지.' 그러나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일들이 내게, 우리 집안에 일어났다. 너는 모든 게 거짓이었고, 날 사랑하지도, 너와 나의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자식을 향한 일말의 사랑도 없었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 세 식구만 지내던 조촐했던 방 하나와 부엌 겸 거실이 있던 작은 집. 그 집에서 네가 모여준 모든 행동과 말들이 연기였다는 것에 나는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자그마치 일 년 반이다. 너와 내가 살았던 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다 이해하니, 내게만은 진실을 말해달라고 수십 번 네가 물었던 내게 너는 되려 화를 냈고, 나를 정신병자 취급했지. 그래도 그때 나는 작은 세상에 갇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네 말만 믿고, 내가 정신병자구나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말 미친놈은 너였다.


넌 나를 비롯 나의 가족들을 기만했고 내 아이를 기만했다. 그래, 네 덕이 이른 나이에 별 일을 다 당해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살이를 겪었다. 고맙다. 네 덕에 나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고, 내 분수에 만족하는 법도 배웠다. 그래. 고맙다. 세상 별 미친놈아. 지금 네 옆엔 너의 가족도, 너만 믿던 아내도, 아빠라며 안기던 아들도 없지만, 내 옆엔 이런 딸이라도 보듬어주는 부모가 있고,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고, 내 품에 안겨 자는 내 아들이 있다. 그리고 힘들 때 본인 일처럼 옆에 있어주는 둘도 없는 친구도 있다. 고맙다. 네 덕에 다시 일도 시작했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사는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 나와 내 아이 앞에 두 번 다시는 나타나지도 말아라. 이제 난 더없이 행복해질 일만 남았으니 남은 내 생에 재 뿌리지 말고 너도 잘 살아라. 너를 만난 건 내 생에 가장 큰 똥을 밟은 일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을 지키려 발버둥을 쳤더니 정말 1mm라도 그 시간에 미련이 남지 않더라. 내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 개쓰레기야.


한때는 내 행복이라 믿고 싶었던 내 인생 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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