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강국인 한국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해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소통 및 협업의 수단으로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죠.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이메일부터, 메신저, 그룹웨어, 전자 결재 등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요즘에는 디지털 협업 도구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인만큼 영상회의 도구인 Zoom도 많이 사용하죠.
이러한 도구들은 직원 간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신속하며, 협업이 활성화되고 의사결정이 빨라 회사 업무에 상당한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회사들은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을 조합해서 사용하고 있죠. 문제는 디지털 도구들을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할 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도구들의 부작용
먼저 이메일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메일이 '현대 직장인에게 내려진 저주'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남용 문제가 심각합니다. 출근해서 이메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직원이 많죠. 업무 중간중간에 어떤 내용이 왔는지 수시로 열어 봅니다. 퇴근을 해서도 불안해서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인데 오히려 스트레스 유발의 주범이 됩니다.
특히 소규모 중소기업들은 이메일을 거의 모든 공지, 지시, 통보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직원들도 이메일로 보고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보고도, 비용을 써야 하는 것도 모두 이메일로 보고합니다. 사장은 그것을 보고 승인하고요.
하지만 이것은 직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되고 업무능력을 저하시킵니다. 정식 결재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결재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을 잘 모릅니다. 참조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나는 할 일 다 했으니 모두 알아라.'라고 하는 것인가요? 참조로 지정된 사람은 어리둥절합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이메일을 통해서 보고하다 보니 가장 기초적인 문서 작성법도 잘 모릅니다. 업무 능력이 향상될 수 없죠. 이런 회사를 오래 다닌 사 람은 팀장이 되어서도 모르니 밑의 직원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 회사는 악순환의 늪에 빠집니다.
요즘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메신저도 문제가 있습니다. 2000년도 중반 메신저 춘추전국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메신저가 회사 업무 도구로서 유용했는지 아닌지 찬반 여론이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경리직원이 메신저 4~5개 띄워 놓고 일하다가 실수로 다른 계좌로 이체한 적도 있습니다. 회계팀장이 회사에서 1시간 떨어진 은행 지점으로 가서 해결해야 했죠. 이처럼 메신저는 업무 몰입도를 분산시킵니다.
이제는 더 무시무시한 것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단톡방입니다. 회사 단톡방도 몇 개씩 되고 개인 단톡방도 여러 개가 있죠. 사용하다 헷갈려서 회사나 상사 욕하다 걸린 직원도 많이 있습니다. 또 계속 알림이 울리니 짜증도 나고 너무 많은 메시지가 오니 아예 확인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의사소통 채널이 너무 많게 되면 업무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무관심을 유발합니다.
업무상으로 책임의 주체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단톡방을 개설한 사람이 책임자는 아닐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요?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단톡방 특성상 누군가 무관심하면 일이 정확히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업무 히스토리를 회사에 축적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그룹웨어를 도입한 회사는 업무용 메신저도 사용합니다. 개인용 메신저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셈이죠. 업무에는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해야 자료가 축적되는데 직원들은 습관대로 개인용 메신저를 사용합니다. 돈을 들여 도입했는데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이메일과 메신저의 문제점만을 언급을 했습니다만 모든 디지털 도구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현재는 온라인 연결이 상시화 된 환경입니다. 누군가 원할 때 적시에 자료를 제공하거나 답변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요청받으면 업무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와는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정보를 원하거나 요청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보를 주는 사람 입장에서 그 요청 건수가 많으면 모든 업무가 다 똑같아 보입니다. 시급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의 우선 처리 문제로 회사 내에서 팀 간, 개인 간 다툼도 많이 일어나게 되죠.
디지털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사장은 앞에서 언급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직원들이 디지털 도구들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첫째, 디지털 도구들은 가급적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소통 채널이 많으면 주의가 분산되기 마련입니다. 회사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해도 직원들은 다 평범한 것처럼 받아들이거나 무시합니다. 그룹웨어를 도입해서 그 안에서 이메일도 쓰고 업무용 메신저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전자결재까지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일종의 업무 플랫폼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나중에 ERP를 도입하더라도 다른 디지털 도구들과 데이터를 연동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야 직원들 이용이 편리하고 업무의 집중을 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이메일을 이용한 의사소통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사내 의사소통은 이메일을 사용하지 말고 대면이나 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로 옆방에 있는데도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은 기술의 남용일 뿐이죠. 서로 대화를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업무시간 이외에는 공식적, 비공식적 디지털 도구 사용을 금지해야 합니다.이제는 상식이고 기본 에티켓이어야 하죠. 고용노동부 근무 혁신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특히,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를 물어보거나 지시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굉장한 압박감을 줍니다. 급하다는 이유로 계속 요청하면 직원 불만은 증가하고 서로 간의 갈등만 유발합니다. 워라밸을 보장하고 직원 스트레스를 줄여 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하던 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부득이하게 이메일을 사용하더라도 참조를 남발하지 않게 하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모를 단톡방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업무의 책임소재가 명확하도록 결재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의 책임은 아무의 책임도 아닙니다.
지나친 디지털 도구 사용과 너무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은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소음이 되어 스트레스만 유발하고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능력 향상과 업무 몰입도 증가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과 효과적인 협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최신 기술만 추종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에 맞는 사용 방법과 환경을 고민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가?’가 더 중요한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