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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시스템코디 Jan 28. 2022

직급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몇 해 전부터 IT업계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수평적 기업문화를 도입하겠다면 직급제를 폐지하고 호칭 개편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도 없애고 승진 연차도 폐지하고 있죠. 연차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다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기도 합니다.


  기존의 직급인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은 직책, 직급, 직위의 의미를 혼용한 용어죠. 예전에 과(課), 부(部)와 같은 조직이 있을 때는 직책의 의미를 지니고, 급여 수준 단계를 결정하는 직급으로도 활용됩니다. 또는 조직 내에서 개인 위계나 서열을 나타내는 방식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제는 많은 회사들이 '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팀장, 팀원으로만 나뉘는 거죠. 큰 회사들은 부문, 본부, 그룹 등 팀 이상의 상위 조직을 운영합니다. 그렇게 되면 부문장, 본부장, 그룹장 등이 있겠죠.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의 직급인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은 근속이나 연공에 의거한 것에 불과합니다. 예전 일본 기업 관행과 호봉제의 잔재인 것이죠.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연봉 테이블을 작성하고 연봉을 책정하는데도 이런 기준이 있으면 편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직급 체계가 그 사람의 역량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 것도 아닙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체계적으로 직무를 배우고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죠. 그러다 보니 어떤 직급의 역량이 대기업의 동일 직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팀제를 운영하는 목적이 '신속한 의사결정 및 실행'인데 위와 같은 위계가 있으면 그 취지에 위반됩니다. 결재를 받을 때도 자신의 차상위 직급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도 결재를 받는 문화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양식을 보면 결재란이 아주 많아지는 거죠. 양식을 개편해 결재란을 강제로 없애면 직원들은 엄청 혼란스러워합니다.  

 직장에 다닐 때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직급체계이나 워낙 익숙하다 보니 개선을 하고 싶어도 방향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직급 체계를 사용하니 외부 고객 대응의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임 000'이라는 명함을 받으면 도대체 그 회사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직급제를 폐지한 기업 중 이런 문제로 인해 다시 예전 직급 체계로 돌아온 기업도 있죠.


 또 직장인들의 제일 큰 즐거움인 승진의 시기가 늦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승진을 해야 급여도 큰 폭으로 인상되는데 인상률이 낮아져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게 되죠. 또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직급제 폐지는 어색함과 불편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호봉제의 문제점과 무임승차하는 직원의 폐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직원이 보상을 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직급체계의 개편을 모색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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