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하루들
요즘 꽃을 배운다. 일주일에 6시간 수업을 듣는데 생화의 가느다란 줄기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그들을 잘 보살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살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 가지 않아(나보다 일찍) 죽겠지만 그들에게도 아직 숨(命)이 붙어 있다고 했다. 어제는 시베리아 백합 외 8종류의 식물들로 프렌치 스타일의 그린 플라워 바구니를 만들었고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슬프고 따듯한 마음이 들었다.
책상 위 꽃바구니 옆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를 두고 출근을 하면서 꽃들과 M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상상했다. 비가 그치고 맑아진 아침, 오늘 내가 없는 동안에 느긋하고 슬그머니 흘러가는 시간들 사이로 그들이 서로의 삶에 대해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모습을 떠올리니 미소가 고였다. 사랑은 생에 꼭 필요한 것 같다. 짧다. 무엇이든 사랑해야 한다.
분명히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노력해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기대어 웃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찬란하고 순간적인 것인지, 또 한 번 느낀다.
일은 꼭 필요한 것임을 아는데도,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버거움은 견디기가 힘들다. 모든 이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