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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an 11. 2022

2022년이 되었다

감흥은 없지만 반갑다

사표를 내긴 했는데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엉망진창인 회사지만 그냥 최대한 생각을 줄이고 입을 닫고 있다 보면 또 그럭저럭 흘러간다.

출근할 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지 두렵기도 하고, 결국 사람은 일을 필요로 하니까. 아니, 돈인가. 그래 돈을 모을 수 있을 때 모아야 해. 버티는 것이 마치 나의 오랜 꿈이었다고 생각하자.


퇴사를 하면 퇴직금을 야금야금 까먹어가면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글도 몇 자씩 써보고, 규칙적으로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집도 평상시보다 더욱 깨끗이 청소하고, 먼지들도 쓸고 닦으면서. 언젠가는 그렇게 인생을 살게 되겠지.


최근  주간 주말에는 정말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짝꿍이랑 소파에 누워 프렌즈를 보면서 피자를 시켜먹고, 잠이 들었다가 다시 빵빵 터지면서 웃기를 반복했다. 조이와 피비의 엉뚱함에, 눈치 없는 로스와 사랑스러운 모니카 그리고 매력 넘치는 챈들러와 귀여운 레이철에게 감사하면서. 프렌즈를 보다 보면 심리치료라도 받고 나온 것처럼 근심들이 사라졌다. 아무 생각 없이 웃기만 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같고,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울증 따위는 모르겠다는  명랑한 기분이 정말 좋았다.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코로나 때문인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겨울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원래 집순인데 몰랐던 건지 종일 집에만 있는 게 너무 좋다. 고양이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아서 더욱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몇 살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고양이 두 마리와, 취향이 비슷한 짝꿍 덕분에 2022년의 시작이 평온하고 감사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 나의 작은 식물원

요즘 워터 코인이라는 식물을 기르고 있다. 수경재배를 하는데, 번식력이 좋은 것 같고 햇빛 방향으로 얼굴을 내밀면서 올라오는 게 너무 귀엽다. 줄기가 잘 엉키기는 하지만, 예쁜 병에 균형 잡힌 모양을 만들어가면서 자라게 하는 것이 목표다. 오래오래 키워볼 예정이다. 꽃말은 풍요 그리고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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