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주 Feb 29. 2024

6화. 다음 책을 만들 체력

어느 작가의 1인출판 도전기

며칠 동안 갑작스러운 오한과 근육통으로 끙끙 앓다가 결국 병원에 다녀왔다.

독감으로 의심되지만, 일단 약 복용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독감검사를 하는 것으로 진단받고 주사를 맞았다. 분명 며칠 전부터 몸이 보내온 신호가 있었는데, 미리 병원에 다녀오면 될 것을 기어이 '진짜 나 아픈 거 맞는구나' 싶을 때까지 기다리는 미련함이라니. 언제쯤 스스로를 고문하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


블로그도 써야 하고, 유튜브 편집도 마무리해야 하고, <모퉁이 빵집>을 인디자인으로 편집해 주문한 종이책 샘플도 체크해야 하고, 인쇄소, 배본사도 알아봐야 하고, 다음 전자책 편집도 시작해야 하고...


겨우 이틀 정도 쉰 것 같은데 해야 할 일들이 내 뒤를 바짝 뒤쫓아 달려드는 기분이 들었다.

연신 기침을 해대면서도 침대와 책상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정상인 같지가 않다며 농을 던졌지만, 내가 봐도 나는 진심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1인 출판사.


한바탕 앓고 나서야 말 그대로 1인이 일당백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현실로 깨달았다. 마음은 분주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었다. 내게 지금 중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 체력을 기르는 일이란 걸 몸소 알게 됐다.


병원 주사 한 방에 며칠간 스스로를 괴롭히던 오한과 근육통이 슬슬 사그라들자 나는 오랫동안 내 책장에 있던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일 때문이 아니라 쉬고 싶어서였다. 달리다 멈출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보게 되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이 쓰인 것은 2007년 즈음이다. 그러니 벌써 17년 전의 이야기인 셈.

표지에 선명한 하루키의 마라톤 사진을 볼 때마다 종종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아직도 달리고 있을까?


거리는 단축되었어도 여전할 거란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데 있어서 '무아'의 상태가 되려면 단순한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마라톤을 할 때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일정한 거리를 달리면서 매일 일정한 분량의 소설을 썼다. 언젠가 밑줄 그은 그 문장은 지금 시점의 내게 '매일 내가 정한 시간과 분량에 맞게 할 일을 차근차근해나가면 될 뿐'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떤 바람이나 터부도 없이. 한꺼번에 모든 일을 다 차리 해내려고 하지 말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저 해나가면 된다고.


'달리는 소설가'라는 별칭까지 가진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을 계속하고,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었던 동인은 그저 그걸 지속했기 때문이었다. 거장이라고 해서 큰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사람 아닌가.


말이 쉽지. 지속한다는 건 끈기이고, 노력이기도 하다.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 하나의 일이 관성이 되어가기까지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은 그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 몸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을 체화하기까지 들인 시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책 속에서 작가는 50세 후반까지도 마라톤을 지속하고 있었다. 나 역시 지금의 일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체력부터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적어도 체력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몸이 좀 회복되면, 다음 책을 만들기 위해 한동안 중단했던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 1인출판 도전기 영상은 밑줄서가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underlinebooks/videos

이전 05화 5화. 첫 책 홍보의 시행착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