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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단상

영등포. CGV. 투게더.

by Gozetto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사랑을 기괴하게 재현하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다(3.5)


올해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에서 소개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었고 곧 개봉할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신작 <알파>를 마지막으로 바디호러 영화는 당분간 한국 극장가에서 보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애초에 한국에서 바디호러 장르영화는 BIFAN 외에는 보는 것이 어려운 영화였을 뿐만 아니라 작년 <서브스턴스>(2024)의 흥행에 의해 소개되었을 여지가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서브스턴스>가 약 56만 명으로 바디호러 장르영화 중 유례없는 흥행을 한 것과 비교해 같은 제29회 BIFAN에서 소개되어 개봉된 <어글리 시스터>의 관객수는 약 3만 명, <투게더>는 현재 약 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 논리와 무관하게 영화의 작품성을 빼놓을 수는 없을테니, 그리고 <알파>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할지도 모르니 기다리기는 해야 할 것이다.


한국 극장가에서 바디호러 장르영화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투게더>를 살펴보자. 작년 <서브스턴스>와 같은 회차 BIFAN에서 소개된 <어글리 시스터>가 여성의 신체를 통해 각각 여성에게 가해지는 미디어의 폭력, 사회적 폭력을 다루는 것처럼 페미니즘의 색채가 강한 것과 다르게 <투게더>는 오히려 '팀(데이브 프랭코 분)'과 '밀리(앨리슨 브리 분)' 커플이 겪는 오컬트적 사건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듯한 영화이다. <투게더>는 아직 밴드 활동을 하며 아티스트로서 꿈을 꾸고 있는 팀과 선생님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밀리를 통해 경제적 우위라는 현실에 위협받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제적 우위의 여부는 사랑하는 연인을 권태기를 넘어 이별이라는 관계의 파멸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투게더>의 바디호러는 장르적으로 오컬트와 연동해 경제적 현실에 의해 이별할지도 모를 권태기 상황으로 서로에게 감정을 넘어 신체조차도 멀어지는 팀과 밀리를 한 몸으로 만드는 파괴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출처. 왓챠피디아

특히 <투게더>의 파괴적 장치로서 바디호러가 이성 연인만이 아니라 동성 연인 사이에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투게더>의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관계로까지 확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감정을 넘어 신체 자체가 하나가 되는 것을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 여기는 사교(邪敎)의 의식을 통해 자신의 연인과 하나가 된 '제이미(데이먼 해리먼 분)'는 영화의 크리피하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살리는 빌런일 뿐만 아니라 <투게더>의 사랑을 감정에만 국한하지 않고 관계로까지 확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처럼 빌런을 통해 확장되면서 신체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파괴하는 <투게더>의 바디호러는 기괴해보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감정이자 관계로서 사랑이 지닌 양면성을 표현하는 이미지이다. 경제적 현실을 중심으로 팀과 밀리는 감정적으로 사랑하는 것도 아닌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이자 신체적으로도 서서히 멀어지기를 은연 중에 바란다. 하지만 <투게더> 바디호러는 사랑은 감정으로든 관계로든 결국 온전히 개개인으로 남으려 하면 유지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극단적으로는 사랑이 두 사람을 뒤섞어버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하나로서 존재하는 기괴한 형상을 취하게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 말하는 듯하다.


<투게더>에서 등장하는 기괴한 신체는 팀과 밀리 외에 제이미 커플, 실종된 커플까지 3번 등장한다. 이 중 실종된 커플의 모습은 <서브스턴스>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수(마가렛 퀄리 분)'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분)'의 괴물처럼 완전히 뒤섞여 하나로 자리잡히지 못한 채 두 사람의 신체가 하나의 신체에 이리저리 뒤섞인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반면 팀과 밀리는 서로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다시 한 번 인정하고 온전히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데 이 때 두 사람은 몸이 융합되는 과정을 고통스러워하던 이전과 달리 마치 서로를 탐하며 흥분한 듯한 소리를 낸다. 밀리의 부모님을 맞이했을 때는 팀처럼 보이기도, 밀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팀-밀리는 실종 커플과 달리 제이미 커플과 비슷해 보인다. 동일한 신체 융합의 바디호러를 거쳤을 것임에도 온전한 하나가 된 커플과 되지 못한 커플의 모습은 <투게더>의 사랑이 지닌 양면성, 즉 사랑이 겉으로 보기에 두 개인의 감정 교류의 관계로 보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감정과 관계가 온전한 하나를 추구하는 모순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에서 바디호러로서 <투게더>는 <서브스턴스>나 <어글리 시스터>와 달리 조금은 더 대중적인 느낌의 공포를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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