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_히가시노게이고
오래간만의 소설이었다.
한동안 여행 에세이와 마케터들의 책들,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책, 기획에 관한 책만 들고오다 보니 자연스레 소설을 읽은지 꽤 오래되었다. 책장에서 골라오지도 않았다.
지하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옆 팀 팀장님이 책을 여러권 들고 있어서 가볍게 "재미있어요?"라고 물어봤고 "렇다"는 대답에 빨간 커버인 이 책을 집어왔다.
'이보다 더 슬픈 추리소설은 없다'라는 마케팅 문구에 슬픈 내용이겠거니 짐작하면서 펼쳤고, 소설은 대부분 한 숨에, 혹은 두 숨에 다 읽어 내려가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기분이 찝찝했다.
공감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에게 잘못된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도
아빠가 잘못을 깨닫는 매개체가 자신이 어렸을 때 선물로 준 '열쇠고리' 였던 설정도
아들이 결국 살인을 저질렀는지 명백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 것도
어머니가 불편한 집안 환경에 치매에 걸린 연기를 하고, 그 사실을 돌려돌려 말하고 있었다는 것도
아내를 홀로 쓸쓸하게 떠나가게 한 죄책감의 아들이 자신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부탁한 것도
모두 내 상식에서, 내 가치관에서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뒤로 읽어나갈수록 뭔가 있겠지,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점점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지만 다 읽었을 때는 뭔가 원하던 결말이 아니었거나, 뒷 이야기가 남은것 같은 찝찝함이 남았다.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는지 내가 캐치를 못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메시지를 받았을 수도
아니면 아무 메시지 없이 가볍게 읽어넘기길 바랬겠지만 글쎄다, 싶은 책이었다.
모든 책과 음악, 영화에서 단 한 문장이든 소절이든 대사이든 무언가는 나의 생각과 감정에 남게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렇다고 할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