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주단위로 끊어 쓰던 것을 한 달 치로 묶어본다.
감사일기를 어떤 형식으로 정착할지 고민하고 시도해 보는 과정 중이다. (2월 1일의 기록)
2월 14일에 해보는 기록 - 한 달 치를 쓰는 방식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주 단위로 업로드를 할 때보다 훨씬 긴장감이 떨어진다.
먼저 기록하는 것을 하루 이틀 잊었을 시점에 아들이 독감에 걸리고 나도 연달아 걸리면서 정신이 없어서 며칠이 후루룩 지났다.
다음 달부터는 다시 주단위 기록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계속 브런치에 쓰는 것이 맞을까?
1일(토)
1. 2025년의 첫 달이 무탈하게, 그리고 나의 마음이 평안하고 충만하게 잘 지나감에 감사 (꾸준한 감사일기의 효과인가?)
2. 오늘 마카오 당일치기 여행을 하며 가족과 또 하나의 추억을 쌓음에 감사
3. 아들이 쉬는 날에도 쭉 책을 읽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고자 한 매일매일의 루틴이 쌓이고 있음에 감사
2일(일)
1. 맛있는 먹거리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음에 감사
2. 밖으로 나가 있으려 하지 않고 집을 좋아하고 집에 일찍 일찍 들어오고 싶어 하는 남편이 있음에 감사 (구워 먹을 고기를 사서 6시 배를 타고 퇴근! 배웅 시간이 엇갈려 먼저 걸어가고 있었고, 샐러드는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지만.. 진짜 별것 아닌 일인데 짜증을 냈다는 것은 반성이 되는 일)
3. 오래간만에 가슴이 벅차도록 감사한 일!! 연간회원권을 구매해서 아들과 자주 놀러 가고 있는 실내 놀이터에 꽤 무서워 보이는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아들에게 두려움을 견디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2025년이 되면 저걸 타겠노라 했었는데, 막상 하려니 많이 무서웠다. 하지 말까 하는 마음을 아들덕에 이겨내고 눈 딱 감고 탔는데..! 오!!! 생각보다 탈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미끄럼틀 타려고 또 오고 싶은 마음도 들고, 성취감에 마음이 꽉 차는 느낌도 들고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3일(월)
1. 전 직원 콘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 이러한 행사가 58년 역사상 처음이라는데.. 매우 성대했고 덕분에 소속감, 자부심이 뿜뿜함
2. 전철에서 버스를 갈아타면서 시간이 간당간당했는데 정말 극적으로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어서 짜릿하게 기뻤다.
3. 동생과 통화하며 나의 말을 언제나 지지하는 입장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함에 감사
4일(화)
1. 친절하고 세심한 Podiatrist를 만남에 감사
2. 교통카드 충전이 안되어 있었는데도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잘 도착한 헬퍼에 감사
3. 아들 영어 과외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셔서, 그리고 아들은 그 숙제가 부담이 아니라 흥미로운 할 거리로 느끼는 것 같아서 감사
5일(수)
1. 그냥 그런 평범한 펑리수이려니 하고 먹은 펑리수가 너무 맛있어서 감사
2. 허리 피지오 세러피를 잘 받을 수 있음에 감사
3. 동네에 아주 괜찮은 식당이 생김에 감사 (가성비 있는 점심메뉴가 10세트씩이나! 자주 가서 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6일(목)
1. 간만에 하이킹을 했는데 시원하면서도 해도 없고 그렇다고 비가 오지는 않는 딱 좋은 날씨에 감사
2. 하이킹, 점심약속, 옆 동네 마실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이웃들이 생겨서 삶에 활력이 됨에 감사
3. 글을 두 편이나 올릴 수 있음에 감사
7일(금)
1. 셩완 맛집 탐방을 할 수 있음에 감사(또 한 번 깨닫는 것이지만 그렇게까지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 말을 다시 말해 평소에 미식을 누리고 있어서 맛집이 그리 특별히 맛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고, 홍콩이 그만큼 미식으로 도시라서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매우 감탄하며 먹지만.. 사실 그 정도 맛은 홍콩에서는 보통? ㅎㅎ 인 맛으로 느껴진다는 뜻이기도)
2. 거의 7-8년에 가까운(내가 아이를 갖기도 전부터 시작된) 인연이 쭈욱 이어져 지금까지도 따뜻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지인들이 있음에 감사 - 홍콩이 점점 제2의 고향이 되어가는 느낌도 든다.
3. 축구를 하다가 넘어졌지만 그래도 (사실 씩씩하게 털고 일어난 것은 전혀 아니고 울고, 아프다고 엄살 부리고, 나에게 엄청 와서 못하겠다 투정도 부렸지만) 남은 시간을 다 채워 뛰고 마쳤다는 것. (물론 아주 좋으신 코치님께서 옆에서 큰 역할을 해 주셨다. 선우 상처를 봐주고, 봐봐 나도 비슷한 상처가 있잖아~ 그래도 할 수 있어~ 격려와 같이 달려주고 계속 이름 불러주고 챙겨주고…)
어르고 달래고 단호하게도 말해보고, 하지만 그래도 울고 짜증 부리는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도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정말 이 상황이 너무 문제다 왜 이렇게 엉망이냐 (아들이 왜 이렇냐… 와 같은 속상함?) 보다는 이 일을 계기로 배우는 거다. 이렇게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우리가 얻고 가는 거구나가 된다는 것이다.
8일(토)
1. 토요학교에 잘 다녀온 아들에 감사
2. 토요학교에 간 동안에 나와 남편이 즐겁게 데이트할 수 있음에 감사
3. 다른 동네에 사는 선우 친구네가 예정에 없는 방문을 했지만 환대해 주고 식사대접도 잘해서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음에 감사. 선우가 친구와 잘 놀고, 남편이 두 엄마가 수다를 떨라고 자신이 아이들 둘과 열심히 놀아준 부분에서는 특히 더욱 감사.
일요일 오후부터는 고열에 시달리는 아들과 씨름하느라
몸살기 있는 몸으로 출근하느라 감사의 마음이 현격히 사라졌지만…. 그래도 몇 자 적어보자면…
- 쉽게 갈 수 있는 큰 병원도 있고, 보험 커버도 완벽하게 됨에 감사
- 나와 아들이 아픈 것에 마음 써주고 선우 상태를 물어봐주는 많은 지인들이 있음에 감사
- 바쁜 와중에도 열재고, 시간 맞춰 약 먹이고 나까지 챙기는 슈퍼맨 남편이 있음에 감사
14일(금)
1. 아들과 내가 독감에서 잘 회복되고 있음에 감사
2. 남편이 독감에 걸리지 않음에 감사
3. 아들이 그동안에 해열제 한 번만 먹으면 바로 열이 내리고 잠잠하게 지나갔었던 것에 감사(바로 앞전에 멜버른 여행 때, 그때는 집에 있는 뉴로펜 다 두고 호주에 와서 생돈 2만 원 돈을 써 가며 그 약을 사서 먹인 것이 그렇게 자책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한 번의 진통제로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괜찮아져서 여행을 잘했던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
이 형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주말도 그냥 지나쳤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2월 상반기를 실행해 본 결과 한 달치 분량을 써서 발행하는 것이 지난달에 실행했던 것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지는데
우선 2월은 이렇게 지나고 다음 달부터 바꿀까 생각해 보다가
바로 실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바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