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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Jul 15. 2022

어머니 밀착 간호를 못했네요.

버텨야 하는 보호자 생활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골절로 인해 간병을 하게 되었다. 지방에서 편하게 다니던 병원이 있었는데 의사가 소견서를 써주며 큰 병원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 한다.


 겁이 덜컥 났다. 어머니가 '잘하는 병원이라고 해서 너무 믿었던 것은 아닐까?'하고 자책했다. 늦었지만 차제에 서울 A 대형병원에서 정확히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자식들이 모두 타지에서 바쁘게 살다 보니 제대로 신경을 못써서 '결국 이 지경이 되었나' 싶어 처참한 심정다.


 내가 병간호를 하게 되었다. 마침 올 초에 오랫동안의 회사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팔순의 노모는 밝고 나이에 비해 십 년은 젊게 보여 크게 염려한 적이 없었다. 지척에서 함께 하니 '세월 앞에는 어찌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머니의,

 '별일 없겠지?"  하고 스스로 되뇌는 이야기가 가슴 아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검사를 밤늦게까지 받고 혼곤히 몸져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부디 심각한 상황으 이어지지 기만을 빌었다.


 상당한 기간이 예상되는 간호 생활이 시작되었다.



#1  사람 사는 세상


 2인실로 잡았는데, 5인실이나 별 차이 없고 심심하지 않다고 고집해 5인실로 옮겼다. 조용하고 신경 쓸 일도 덜 하니 그리 하라 해도 그 생각을 어찌 꺾나?

 

 처음에는 오히려 인당 면적이 넓어서 잘했나 싶었는데 역시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60대부터 80대까지의 환자들이었다. 특이하게 5명 중 4명의 보호자가 남성이었다.


 그중 보호자인 남편 분이 정치 유튜브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본다. 깜박 잊었는지 계속 보기에 참다못해,


 '어르신! 다른 환자분들 주무시고 있으니 이어폰으로 들어주세요." 노인분이 흠칫 놀란다.


 "미안합니다." 한다. 조금 죄송하기도 했지만 아닌 건 아니다.


 당연하지만 여럿이 같이 있다 보니 수술 후 통증으로 인한 신음과 라디오 음향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


 또 세분은 핸드폰 벨소리가 커서 거슬리기도 했지만, 어찌하랴 싶어서 그냥 참았다.


 취침 시의 코 고는 소리와 불빛도 깊은 잠을 어렵게 했다. 아들이 챙겨준 숙면 3 총사가 큰 도움을 주었다. 안대, 귀마개, 코골이 방지 테이프였다. 


 특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코골이 테이프가 신박했다. 입술에 붙여 입을 다물게 하는 간단한 아이디어가 의외로 효과적이었다.


 


 식사도 깔끔했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보호자 식사 요청 시, 공깃밥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제안인지 모르지만 고객지향적이었다.


 또, 환자 식사도 쌀밥 대신에 잡곡밥 선택이 가능한데 선호도에 따라서 키오스크나 병원 앱으로 신청 가능하니 편리했다.


 입원 안내에 과일칼 지참 금지라고 되어 있어서 고 왔는데, 편의점에 수북이 진열되어 있는 각종 과일을 보며 이건 뭐지? 했다. 참외를 껍질 채 먹을 수는 없으니...

 

 사람들이 수시로 입퇴원 하면서 바뀌었고 개인 성향에 따라 매너가 부족한 이들도 있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2  루틴을 만들자


 5일째가 되어 이제 익숙해진 하루하루지만 순간순간 시간관념이 모호하고 멍할 때가 있다. 장기간을 각오한 만큼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정서 관리도 필요했다.


 혼자의 시간도 필요하니  계속 병실에 있을 수 없어서 짬짬이 시간을 냈다. 나름의 루틴이 필요했다.


 첫날에 편의점, 실외 정원 등 자주 가는 곳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다.


 건물 중앙부의 실외 정원은 환자나 보호자가 운동과 산책을 하고 햇볕과 공기, 식물  자연을 접하고 답답함을 떨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루에 4, 5차례 잠시나마 이를 누릴 수 있는 고마운 다.


 


 시공간적으로 제한되고 움직임이 적으니 의도적인 운동도 필요했다. 평상시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편의점도 한 번 갈 것을 두 번 가는 식으로 운동량을 늘렸다.


 대형 병원답게 엘리베이터 이용이 쉽지 않았다. 아예 3일째부터는 계단을 이용했다. 아이러니하게 평상시보다 걸음수가 훨씬 가했다.


 계단 난간을 활용해 팔 굽혀 펴기를 한다.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거나 검사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삭이려고 더 한다.


 로비 한 켠에서는 도서 바자회를 하고 있었다. 책을 넉넉히 준비해왔건만 꽃 좋아하는 어머니 볼 책과 함께 몇 권을 구입했다.





 회사에 근무할 때 이 병원과 사회공헌 차원의 공동마케팅 행사도 오랫동안 했지만, 막상 가족의 입원은 다른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어머니와 힘을 합쳐 병을 이겨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진단과 처방을 잘  따라, 건강하게 병원문을 나서는 그날을 그려 본다.



이미지 출처 : 제목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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