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2월 19일
첫 항암 후 퇴원 3일차되던 날이다.
3일전 첫 항암을 하고 난뒤,
엄마가 환자의 모습으로 변해버릴까봐 너무 무서웠다.
몇일새 앙상해진 엄마의 다리를 보는데
앞으로의 근손실이 우려되었던 나는,
엄마에게 요가매트를 사주면서 수시로 스트레칭을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어떻게하면 엄마의 근손실을 막을 수 있을까
혼자 오만가지의 고민을 하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이날은
눈이 많이 오던 날이다.
엄마에게 집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인 국립중앙박물관을 가자고했다.
이게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우리집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거기까지 가는동안 엄마의 다리근육이 유산소운동을 할것이며,
간김에 전시까지 볼수있다면 엄마가 기분전환이 될것이라 생각했다.
눈도 많이 와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예쁜 풍경과 함께
엄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엄만,
박물관에 겨우 도착하자마자
엄청 지쳐있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이 내겐 너무 낯설었다.
내가 아는 우리엄마는
만보를 걸어도 나보다 안지치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박물관까지 조금 걸었다고
심각하게 힘들어했다.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택시를 불러
다시 집으로 갔고
택시에 타자마자 엄마는 깊게 잠들었다.
잠든 모습의 엄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너무 아팠다.
그 짧은 순간이 너무나
엄마가 중증 환자라는게 체감이 되었다.
엄마를 급히 집으로 모신뒤
밖으로 나와
엉엉 울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항암제 투여 후
3일부터 일주일까지가
환자가 가장 기력이 다운될때이고,
이 기간에는 굳이 무리할필요가 없으며
집에서 편히 쉬는게 최선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대학병원 간호사인 내가
이 사실을 망각하고
엄마에게 내 욕심만 부린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