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6일
암병동에서 5-6년간 일하면서 항암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던 순간들이 많다.
암세포를 사멸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도 같이 죽게함으로써 우리몸의 면역력을 떨어트린다.
면역력이 틀어지면 이런저런 감염에도 많이 노출된다.
전세계 수많은 천재들이 왜 암세포만 타겟으로 건드는 항암제를 아직도 못만들어냈을까.
언제쯤이면 암이 감기처럼 몇일 약만 먹으면 치료되는 세상으로 바뀔까.
삐삐 시대에는 생각도 못했던 스마트폰의 세상이 온것처럼,
암 치료에 있어서도, 불가능이라 여겼던 획기적인 약들이 이제는 나올때가 되지 않았는가.
다른건 다 발전하면서,
왜 예나 지금이나
암은 여전히 공포스런 병인지.
세상의 천재들이 모여서 하루빨리 힘 좀 써줬으면 좋겠다.
엄마는 항암 전 처치인 항히스타민제만 맞아도 졸려했다.
항암을 맞는 몇시간 내내 침대에서 기운없이 주무셨다.
엄마의 팔에 있는 몇없는 굵은 혈관들이
앞으로 진행될 수차례의 항암제까지도 잘견뎌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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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추운 겨울의 끝자락.
엄마는 첫 항암제를 맞으셨다.
엄마의 치료가 끝날시점에는,
따뜻한 계절의 기운과 함께 엄마의 아픔도 녹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