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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투른 진심 Jun 29. 2024

#10. 엄마의 활발함이 난 너무 그리웠어

2023.12.23

오늘은 기록을 꼭 하고 싶었던 날이다.


23년 12월 5일 엄마가 난소암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아프기 전처럼 기운이 있고,

많이 웃던 날.

나에게 익숙한 '정선영' 엄마의 모습을 본 날.


이 날 엄마와 함께한 시간 자체가

나한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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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깜짝 서프라이즈로 모시고 간곳은 <쿠키 베이킹 원데이 클래스>였다.


평소같으면 "아이 됐어, 안할래.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그런걸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엄마인데,

왠일인지 군말없이 즐겁게 참여해주었다.

그덕분에 엄마랑의 좋은 추억을 하나 쌓을수 있어,

감사했다.

반죽을 만지고 귀여운 캐릭터를 빚는 동안

엄마는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잠시나마

엄마가 병식을 잊어버릴수 있다면

그건만으로도 만족한다.


쿠킹 클래스를 마치고 난뒤에도

엄마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에너지가 남는다”며

근처에 산책을 가자고 하셨다


4일전, 같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급 기력이 다운되어 쓰러지기 일부직전에 급히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었던 적이 있었기에,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밝은 모습에 나도 좀더 놀고싶은 욕심이 났다.


그렇게, 다음코스로 노들섬을 크게 한바퀴 돌았다.

꽤나 많이 걸었음에도 엄마는 지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웃고 사진도 찍었다.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이런게 아닐까..?


엄마가 아프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곧잘 놀았다.

가장 친한 친구처럼,


이날은 정말 서로 신기해할 정도로

엄마가 지치지않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다.


옛날같으면 “아 엄마, 이제 말 좀그만해~ 조용히

좀 있자 이제 ㅋㅋ“  했을텐데 ,


이제는 이렇게 재잘재잘 끊임없이 말을 해주는 엄마가 너무 고마웠고, 그리웠던 엄마의 모습이였다.

아프기 전, 늘 활발하고 에너지넘치던 우리엄마.

어딜가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좋던 우리 엄마.


오랜만에 에너자이틱한 모습을 봐서 너무나 반갑다는 생각을 한뒤 몰려오던 슬픈생각,

실제론 아프다는 게 팩트인 이 현실

정말 싫었다..


엄마랑의 시간은 나한테 1분 1초가 너무 소중하다.

누군가 엄마와 나의 시간들을 영상에 담아주면 좋겠다.

사진이나 글로 담지 못하는 엄마만의 섬세한 말투, 표정, 몸짓 등을 시간이 지나, 잊어버릴까 두렵다.

엄마, 내곁을 떠나지마 제발..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안될까...?

딱.. 10년만..

이것도 너무 욕심이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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