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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Jun 21. 2022

커피와 맥주의 차

그게 바로 우리 부부의 온도차

요새 습기를 머무른 채, 장마가 올 것 같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후덥지근하지 않지만 묘하게 더운 날씨에 짜증지수가 올라갑니다.

주말 저녁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냉장고 속의 커피를 꺼내 얼음을 동동 띄어 한 잔을 마십니다.

시원하다는 말이 가슴 깊숙한 곳부터 나옵니다.

덥다고 징징거리기에 애매하지만 습도가 높아 불쾌한 날씨에 딱이란 생각이 들어 신랑에게도 권했습니다.

여보! 냉장고에 커피 남겨놨으니까
얼음 동동 띄워서 마셔!

그랬더니 '여보'는 이상한 사람 보듯이 저를 쳐다봅니다.

앗차!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기는 이런 날씨에 맥주인가?

신랑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제 와이프 다됐다며 좋아합니다.

결국 그날 신랑은 맥주 한 캔과 커피까지 다 마셨습니다.


매일 술을 마시는 신랑과 술은 써서 싫은 아내가 만나 어느덧 9년 차 우리의 부부의 온도차가 서서히 맞춰집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자면 저는 주말 저녁이면 반주를 하는 신랑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신랑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먹는 것'이 좋아 반주가 좋다고 합니다.

저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밥 후딱 먹고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면 되잖아, 왜 꼭 술이어야 돼?

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때 신랑도 꼭 저와 같은 표정으로 저를 봤지요.

하지만 이제 주말 저녁 술을 마시는 신랑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술을 즐겨마시던 신랑이 얼마 전 지인과 술을 마시고 2차로 카페를 갔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술은 많이 못 먹겠고 할 이야기는 남아서 카페로 갔다고 합니다.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카페를 거의 안 갔던 사람인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사람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부부 간극도 줄고 서로 닮아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커피술 깔루아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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