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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Feb 24. 2020

정답은 상사의 마음속에 있다

-오늘의 조언

일요일 새벽, 출근해보니 ‘보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보였다. 주중 근무만 하는 일근자들이 일요일 새벽에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거다(그러니까 이들은 전날 밤에 출근했다는 소리다). 이전 근무자는 간밤에 일어난 사건사고의 개요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약 1분에 걸쳐 알려 주었다. 해결책이 나오긴 했는데, 윗사람들 보기에 상쾌한 결론은 아니어서 오랫동안 ‘그게 최선이었어?’ 상태와 교육이 이어질 것 같다는 암울한 예견을 덧붙였다. 옳거니, 당신들은 1분의 피해자였군!



최종 보스가 자신의 방에 머물러 계시는 탓에 그 아래, 그 아래…… 임원 아래 팀장 기타 등등은 긴장한 얼굴이었고, 주말까지 상사 눈치를 보며 근무하게 된 ‘나와 같은’ 일반 근무자들은 서러움에 입이 조금 나온 상태였다. 평소 주말이라면 십분 내외로 끝났을 브리핑이 이십여분 이어졌고, 이전 근무자가 1분에 요약해 들려준 이야기는 십여 분에 걸쳐 장황하게 이어졌다. 다 그런 거지, 뭐.


교대를 마치고 일을 시작한 지 30여분 지났을 때, 최종 보스가 ‘문제의 해결책’을 들고 나타났다. 사실 ‘해결책’이라는 것은 드라마에서만 존재한다. 실제 회사에서는 주인공의 허벅지를 찰싹 내리치고, 함께 회의를 하던 사람들의 눈을 동그랗게 할 만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라는 것이 한 부분에만 걸친 것이 아니어서, 이렇게 하자면 저쪽이 걸리고, 저렇게 하자면 이쪽이 걸리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서 ‘보스의 문제 해결책’ 역시 목소리는 크게 내지 못하지만 할 말은 할 수밖에 없는 일선 팀장급의 반대에 부딪혀 조목조목 깨져 버렸다. 


“야, 00는 왜 안 나타나? 연락해 봤어? 회사에 일이 터졌으면 얼른 튀어나와야지.”


깨진 해결책 앞에서 한숨을 쉬던 최종 보스가 물었다. 일요일 새벽 여섯 시는 출근하기 딱 좋은 시간은 아니라고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잠시 후 00이 나타났다. 뭐가 바빴는지 회의실로도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 안에서 목청을 높이던 그들은 00도 풀 수 없는 다른 문제점에 봉착했다. 최종 보스는 역시 한숨을 쉬고 다시 생각해 보자며 사무실을 떠났다.


두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일반 근무자’들이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이사가 나오는데 그 아래 팀장이 집에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팀장이 나오는데 그 아래 조장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할 수는 없을 것이고……의 무한 반복의 결과 거의 전 일반 근무자가 일요일 오전 사무실에 집결한 상태가 되었다.



그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3시간 전에 그들이 이미 도출했던 답 외에 다른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종 보스 역시 그 해결책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1주일 후 진행상황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그때의 그는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넌 왜 나왔어?”


설명을 듣고 갑갑한 표정이 되어 있던 최종 보스가 문서정리를 하던 차장에게 물었다. 물론 일근자다. 보고서 정리를 하려고 나왔다고 하자 옆에서 팀장이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열심히 일하러 나온 것이라고.


“열심히 일하면 뭐 하냐, 잘해야지. 쉴 때 쉬고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거다.”


가뜩이나 심난했을 일요일 근무 중 불의의 일격을 당한 차장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러거나 말거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최종 보스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잠시 후 보고서 정리를 막 끝낸 차장이 팀장에게 문서를 넘겼다. 최종 보스에게 보고하자 시간대별로 정리를 꼼꼼하게 하라는 질책이 스피커폰으로 쏟아졌다.


다시 한 시간 후, 사무실로 돌아온 최종 보스에게 마무리 보고를 했다.


“다 아는 얘기를 보고서에 쓸 필요는 없잖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관리자들이 할 일이지.”라는 한숨 섞인 감상이 돌아왔다. 일은 정확히 내가 출근할 때의 시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떠나는 최종 보스 뒤로 이른 새벽부터 보고서 작업을 했던 차장이 남겨졌다. 몇 명의 팀장들이 보스의 식사를 위해 몰려 나갔다.


“짜증 나."


혼자 하는 말은 아니고 다 들으라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고, 옆에 있던 나 하나 듣기 딱 좋은 톤으로 차장이 중얼거렸다.


“이 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했어.”


이미 아침을 먹고 슬슬 몰려온 졸음을 참던 내가 말했다.


“요즘 타격감 좋은 매도 많다는데, 한번 맞아 볼 테야?”


동갑의, 나와는 달리 출세 코스를 힘차게 뛰고 있는 차장이 살벌한 멘트를 날린 뒤 다시 보고서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결론은 최종 보스의 마음속에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너의 임무다.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오늘의 조언: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열심히’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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