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축구에 이어 골프 대회도 열린 것 같다. 최호성 선수의 특이한 스윙에 관한 기사가 많다. 특별한 자세도 눈길을 끌지만 그의 나이도 주목을 받는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48세란 현역으로 뛰기는 어려운 나이다. 야구는 이미 틀렸고, 축구에서 이동국 선수가 파이팅을 하는 것 같지만 여섯 살 차이가 난다(혹시 6년 후에도 미래의 이동국 선수가 현역이시라면, 매우 응원하겠다). 말하자면 골프라는 종목 자체가 나이를 꽤 먹은 후에도 가능한 운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 골프를 시작한다. 이미 십여 년 전 시작해서 주말이면 전국의 골프장을 배회하는 친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40대를 기점으로 모두 전속력으로 골프코스로 몰려가는 느낌이다. 축구, 야구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이기 때문일까? 헬스클럽에서 노고를 들인 만큼의 성과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인가?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얼마 전 애매한 오후에 친구를 만났다. 함께 들를 곳이 있었다. 이삼 주에 한 번은 만나서 근방 횟집 탐색을 나서곤 하는 친구다. 야근을 밥 먹듯 해치우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이 친구를 만날 때는 시간을 헐렁하게 해 두는 편이다. ‘저녁 먹자’는 말이 오후 4시에 보자는 의미일 때도 있고, 밤 10시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 있지 않으면 술집에 가는 단순한 생활을 하는 인간이다.
차로 목적지까지 이동해서 30여분 일을 봤다. 일이 끝날 즈음 회사는 바쁘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청춘영화에서 오해로 헤어졌던 연인이 우연히 만나 비를 맞으며 신나게 싸우다 갑자기 화해한 후 급 베드신까지 달려가는 것처럼, 친구의 회사가 바쁘지만 않다면 이른 저녁을 먹다 술판으로 이어지는 것이 늘 있는 순서였다. 하지만 그 날은 당연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너도 빨리 시작해.”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나를 태워주며 친구가 말했다. 트렁크에는 골프채가 들어 있다고 했다.
“야근을 그렇게 하면서 골프 칠 시간이 있어?”
혹시 회사에서 잘린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하며 내가 물었다.
“다들 골프장에 가잖아. 안 가면 일이 진행이 안돼. 넌 안 그래?”
안 그렇다. 월급은 회사에서 준다.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골프장 말고 사무실에 처박히는 쪽이 회사에는 유리하다.
얼마 전 회사의 지인도 골프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한 달에 한 번쯤 따로 만나 수다를 떨던 사이다. 이 쪽은 동생 내외가 골프를 권유했다고 했다.
“이제는 골프를 칠 나이라고 얼마나 권하던지. 시작만 하면 연습장 비용 한 달치를 내주겠대.”
본인의 자세가 너무 뻣뻣해서 코치가 뒷목을 잡는다는 얘기를 몇 번 하더니 카톡의 프사가 골프장 그림으로 바뀌었다. 다들 떠나고 있다. 골프 연습장 레슨비를 내 줄 근사한 동생이 없는 나는 이렇게 또 남겨졌다.
3년 정도 매일 골프장이 보이는 길을 지나 출근했던 때가 있었다. 대강 아침 6시 정도 길을 지나가다 보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그곳을 배회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자란 아침잠 때문에 절반쯤 눈을 뜨고 그 풍경을 바라보자면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 시간에 출근하느라 버스 안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든데, 이미 그곳에 서 있는 당신들은 정말 체력도 좋으십니다. 골프를 쳤기 때문에 좋은 것인지, 좋은 체력이어야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인지, 뭐 이런 느낌이었다.
“사람이 좀 부지런해라. 6시면 첫 팀도 아니야. 5시 전에 시작한다고.”
주말이면 골프장을 다니느라 연락이 두절되는 친구가 알려주었다. 세상은 많고 노는 방법도 다양하다.
“골프 치다가 중간에 술도 마시고, 끝나고 씻고 밥 먹고 그러는 거지. 요즘 누가 밖에서 사람을 보냐?”
친구는 내 핸드폰이 삐삐라도 되는 것처럼 혀를 차며 설명해주었다. 그쪽에서 보자면 내가 너무 ‘유행에 뒤지는’ 삶을 살고 있는 모양이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까지도, 당분간은 앞으로도 골프를 칠 생각은 없다. 가뜩이나 나이도 일방적으로 너무 먹기만 하는 것 같아서 뱉어 내고 싶은데, 굳이 나이에 어울리는 스포츠까지 챙기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모두 자신이 있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잘 지내길 바란다.
추신… 하지만, 이런 이유로 주말의 술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흑~ 이제 다른 친구들을 알아봐야 할까 봐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주 조금은 서럽네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