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토디

-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by 지안

위스키(Whisky)는 다른 말로 우스게바하(Usquebaugh)입니다. 우스게바하는 게일어 ‘uisce beatha’에서 왔으며 uisce는 물, beatha는 생명, 즉 ‘생명의 물’이라는 뜻입니다. 식수 사정이 좋지 않던 유럽에서 처음에 위스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의 기원을 주장하는 곳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입니다. 1494년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익스체커 롤스라는 책에 위스키의 제조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문헌은 없지만 아일랜드에서 술을 증류한 기록은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170년 잉글랜드의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략했을 때, 군사들은 아일랜드인들이 “아쿠아바이타’와 ‘우스케바’를 마신다고 보고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는 아일랜드 기원설이 정설로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두 나라에서 위스키를 생산하게 된 이유는 뭐였을까요? 기후 영향이 컸을 겁니다. 차갑고 서늘한 북부 유럽에서 포도를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 흔한 곡물인 ‘보리’를 이용해 술을 만들었습니다. 축축하고 서늘한 날씨가 많은 아일랜드에서도 여름에는 맥주를 마셨을 겁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한 모금 마시면 온 몸을 데워주는 독한 술이 어울립니다. 아일랜드 증류소들은 보리(맥아)를 주재료로 하는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지도를 확인하면 아시겠지만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매우 가깝습니다. 아일랜드의 증류 기술이 스코틀랜드로 넘어갔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지금도 아일랜드 증류소들은 단식 증류기를 이용해 뛰어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전까지 아일랜드 증류소들은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한 등급 아래라고 본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생산자들은 연속식 증류기를 개발하여 아일랜드를 추격하기 시작합니다. 한 가지 곡물만 증류할 수 있는 단식 증류기에 비해 연속식 증류기는 옥수수, 밀 등의 곡물을 혼합하는 그레인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1780년 정도가 되면 스코틀랜드는 아일랜드를 제치고 위스키 산업의 최대 수출국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하지만 좋은 일은 나쁜 일과 손을 잡고 오는 법입니다. 19세기 후반 정도가 되면 스코틀랜드에서 질 낮은 위스키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위스키’라는 술 전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하룻밤 술 마시고 이틀쯤 술병으로 고생하게 되면 불만이 폭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버번을 생산하고 있던 미국, 그리고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던 아일랜드는 자신들의 위스키를 스코틀랜드의 질 낮은 위스키와 구별하기 위해 ‘whisky’ 대신 ‘whiskey’라는 표기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병의 라벨을 보시면 다른 표기로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 스코틀랜드는 추락한 ‘스카치위스키’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색 있는 몰트 위스키를 만드는 업자들도 늘어나고, 블랜디드 위스키의 품질도 개선됩니다. ‘밸런타인’ 같은 위스키 상표는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밸런타인은 '블랜디드 스카치위스키'입니다.


스카치위스키의 특색이라면 단연 ‘이탄 향’을 꼽습니다. 스코틀랜드에는 습지에 석탄과 유사한 ‘이탄’이라는 것이 솟구쳐 있습니다. 이탄 습지는 수천 년에 걸쳐 식물의 잔해가 서서히 부패되면서 형성된 특이한 지형입니다. 스카치위스키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에는 습지에서 잘라낸 이탄 목재를 태우며 천천히 발아한 보리를 말리는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진하고 구수한 풍미가 낱알에 스며들게 되는 겁니다.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 볼 때, 위스키라면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라면 위스키라는 말이 자연스럽습니다.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영국의 작가 ‘폴 래버티’는 “스코틀랜드의 상징이 스카치위스키임에도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청년이 위스키를 맛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서 영화 대본 하나를 완성합니다. 영국의 감독 켄 로치가 2012년에 만든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입니다.


위스키를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때, 나무 틈 사이로 해마다 2% 정도의 술이 증발한다고 합니다. 그 미세한 양을 ‘천사의 몫’ 즉 “앤젤스 셰어(Amgel’s Share)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 [엔젤스 셰어]는 위스키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스코틀랜드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아래 줄거리는 영화를 안 보신 분에게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법정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 주인공 로비가 보입니다. 평생을 음주와 마약, 폭행 사건으로 쉴 새 없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남자입니다.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살겠다고 마음먹지만 쉽지 않습니다.


마음씨 좋은 사회봉사 감독관 해리는 로비의 아들 출산을 축하하며 가지고 있던 오래된 몰트 위스키 한 잔을 건네줍니다. 로비가 처음 마신 위스키입니다. 비번인 날, 해리는 로비와 다른 전과자들을 데리고 글레스고 근처의 증류소로 견학을 갑니다. 로비는 증류소에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후각, 미각 등을 타고난 사람이었던 겁니다(타고 나야 '이탄 향'이든, '할머니가 구워주시던 케이크 향'이든 하여간 뭔가 맡을 수 있는 겁니다! ㅜ.ㅜ)


그 증류소에서 재미있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다른 증류소 창고에서 우연히 오래된 오크통 하나를 발견했는데, 100만 파운드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흠, 오크통 하나에 17억 정도가 되는 겁니다. 세 명의 친구가 그 위스키를 훔쳐 한몫을 챙기자고 로비를 부추깁니다. 처음에 로비는 거절하지만,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로비 일행은 증류소로 가기 위해 여정을 떠납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킬트도 입었습니다. 로비는 위스키 경매장의 숙성고에서 몰래 네 병 분량의 위스키를 빼냅니다. 네 병 중 두 병은 사고로 사라지고, 우여곡절 끝에 비싼 값에 한 병을 팔게 됩니다. 네 명이 공평하게 나눠도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만큼 비싼 값이었습니다. 한 병은 해리에게 선물로 남깁니다. 위스키 증류소에 일자리를 얻은 로비가 가족을 데리고 글래스고를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를 본 후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제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1936년생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는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흔이 훨씬 넘은 어른이 문제 많은 젊은이에게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있다니, 할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주인공 로비가 교도소를 들락거린 이유는 물론 로비의 행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딱 그 문제뿐일까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부터 마약에 노출된 그의 배경은 괜찮은 것일까요? 켄 로치 감독은 기성 배우들과 일할 때도 있지만([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데미안 역에 킬리언 머피를 선택한 탁월한 안목의 감독입니다! 아, 킬리언 머피 ㅠ.ㅠ), 연기자 출신이 아닌 신인 배우와 즐겨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폴 브래니건은 실제로 11살에 마약을 하고, 14살에 퇴학을 당했으며, 17살에 처음 감옥에 갔던 사람입니다. [앤젤스 셰어]의 주인공 로비처럼, 그도 아이가 태어난 후 개과천선합니다. 지역 경찰서가 만든 축구 클럽 코치로 일하다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로비의 삶과 딱 들어맞는 인물이어서 특별히 연기를 할 필요성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켄 로치는 어느 인터뷰에서 “직업도 미래도 없이 혹독한 미래에 직면한 전 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이 마냥 한심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나름의 고민과 나름의 유머, 나름의 책임감, 나름의 선의를 가진 청년들에게 관객이 애정과 호감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존 켄 로치의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지 않고, 나름의 유머가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도 없고 현재에 대한 날선 비판도 없습니다. '술을 훔치러 가는 범죄 영화'이지만 [도둑들]처럼 화려한 액션도 없고 [나우 유 씨 미]처럼 ‘그랬구먼’하고 허벅지를 내리치게 되는 장면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엉성한 도둑질 영화일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신랄한 비판은 놓지 않습니다. 킬트와 백파이프로 대표되는 관광업에만 집중하느라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신경도 쓰지 않는 정부에게는 일침을 가합니다. 젊은이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할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입니다.


로비와 일행은 ‘오크통 한 개’를 다 훔치지 않습니다. 그중 아주 작은 부분만 빼낼 뿐입니다. ‘앤젤스 셰어’만큼만요. 그 소박한 양의 술만 팔아도 네 명의 젊은이가 새 출발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됩니다. 그러니 ‘이 정도쯤은 이들과 나눠도 괜찮지 않아?’라고 눈을 찡긋거리며 묻는 노감독의 얼굴이 어른거릴 수밖에요.




큰 영화제에서도 몇 번이나 상을 받고,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노감독은 사랑을 담은 안타까운 눈초리로 젊은이들을 바라봅니다. 그러니까 애들에게도 기회를 좀 줘 보란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요즘 애들은 별로야.’라고 푸념하는 어른들과는 아주 다른 모습입니다. “나도 저렇게 나이 먹어야겠다.”라고 극장을 나오며 다짐하던 일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멀리 계신 어른에게 또 이렇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한 수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감독님.


오늘은 위스키 토디(Whisky Toddy)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토디는 “술에 물과 설탕을 섞어 만드는 음료”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즉 위스키에 물과 설탕을 타면 위스키 토디, 럼을 이용하면 럼 토디가 되겠네요. 차게 마실 때도 있고, 생강이나 계피를 넣고 끓인 물을 넣어 따뜻하게 마시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이 오면 뜨거운 위스키 토디를 만들어 마시기로 하고, 오늘은 시원한 버전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1. 잔에 설탕을 1ts 넣고, 소량의 물을 넣어 잘 녹여주세요.

2. 위스키를 1 소주잔 넣습니다.

3. 그다음 첨가하는 물은 취향 껏입니다. 독하다 싶으면 많이, 괜찮으면 적게 부어주세요.

4. 레몬으로 장식합니다.

5.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며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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